삼성·LG, 이번엔 ‘신’을 위한 전쟁
세계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삼성, LG가 나란히 100만원대 ‘신발 관리기’라는 신(新)가전을 내놓고 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미 ‘옷 관리기’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든 양 사가 신발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104만원대 ‘삼성 비스포크 슈드레서’를, LG전자는 149만원짜리 ‘LG 스타일러 오브제컬렉션 슈케어’를 각각 출시했다. 두 제품 모두 많게는 네 켤레까지 신발을 넣으면 탈취, 살균, 건조해준다. 별도 세탁 기능은 없다. 지금까지 신발 관리는 더러워지면 빨거나, 젖으면 베란다에 내놓거나 제습기에 호스를 꽂아서 말리는 수준이었는데 이를 ‘매일 관리하는 영역’으로 끌고 들어온 것이다. 코로나 이후 위생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15~35분 만에 신발 4켤레 관리
두 제품 모두 폭·깊이가 각각 40㎝ 안팎에, 높이는 1m쯤 되는 중형 가전이다. 덩치도 28~38㎏으로 꽤 나가는 편이다. 세로로 길쭉한 모양새다. 문을 연 다음 내부 선반이나 거치대에 신발을 두면 바람이 나오면서 냄새 입자를 없애고, UVC(단파 자외선·삼성)나 섭씨 100도 스팀(LG)으로 신발을 살균해준다. 개별 신발 특성에 맞는 적당한 온도·습도로 말리고, 좋은 향도 입혀준다.
두 제품 모두 신발 관리 코스가 10가지다. 기본 코스 외에 삼성은 구두·등산화·골프화·부츠·레인부츠 코스를, LG는 가죽·스웨이드·골프화·축구화용 코스를 갖춰놨다. 관리 시간은 꽤 차이가 난다. 삼성은 보송케어(35분), 표준케어(2시간), 집중케어(4시간), 강력건조(6시간)처럼 신발을 길게 관리하는 반면 LG는 급속(15분), 표준(47분), 집중살균(1시간56분), 눈비건조(3시간30분)처럼 상대적으로 빠르게 관리해주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상층은 다양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밖에서 뛰어놀기 좋아하는 자녀들이 있는 가구, 골프·등산이 취미인 사람, 이사나 혼수 계획이 있고 인테리어 가전을 두고 싶은 가구 등이 타깃”이라고 했다. 가정용뿐 아니라, 출근길 눈비가 왔을 때 꿉꿉하게 젖은 직원들 신발을 빨리 말려 퇴근할 때 신을 수 있도록 하려는 수요도 일부 있을 것으로 가전 업계는 보고 있다.
◇비싼 가격은 걸림돌
현재 신발 관리기는 규모나 전망을 따지기 어려울 정도의 초기 시장이다. 틈새 수요를 노린 가전이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삼성이 지난 2021년 첫 제품을 내놨지만, 온라인 중고 장터에 새 제품이 절반 이하 가격으로 올라올 만큼 아직 반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LG전자가 새롭게 합류하면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 옷 관리기 때와 마찬가지로, 신발 관리기 역시 아파트 구조상 기기를 놓을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목소리도 많다. 가전 업체들은 신개념 제품을 자꾸 만들어내지만 공간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도 걸림돌이다. 비슷한 기술 원리를 갖춘 대용량 가전인 옷 관리기와 값이 비슷하다. LG전자 관계자는 “신발은 옷보다 소재가 다양할 뿐 아니라 발 냄새와 세균 제거 등 더 강력한 기술이 필요해 개발,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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