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자 37% “위기때 공격투자-인재확보… 비전형 리더십 절실”

박현익 기자 2023. 4.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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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대전환 ‘그레이트 시프트’
〈2〉 학자들이 꼽은 위기극복 해법
동아일보가 한국경영학회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경영학자들은 현재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 총수들에게 ‘비전형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영학회 회원 151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7.1%는 현재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 필요한 리더십을 묻는 질문에 비전형 리더십이라고 답했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전기차 글로벌 톱3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태원 SK 회장은 넷제로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선도를, 구광모 ㈜LG 대표는 인공지능, 바이오, 클린 산업을 통한 체질 개선을 기업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 위기를 기회로 삼는 비전형 리더십 필요

대한리더십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정훈 제주대 경영대학 교수는 “리더는 급박하게 바뀌는 환경 속에서 새것을 발굴·개척하고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어려울수록 앞서가지 않으면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현실에만 안주한다면 성장 가치를 잃고 퇴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기복 국민대 명예교수는 “비전형 리더십이란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짜고 미래를 리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 국내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성장을 경험했다는 점도 비전형 리더십을 강조하는 이유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1997년 IMF 사태나 2008년 금융위기 등 과거 위기가 닥쳤을 때 성공을 이뤄낸 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와 인재 확보에 나서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며 “올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각국 정부의 긴축 재정이 완화되고 경기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 발 빠르게 준비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비전형 리더십은 현재 및 미래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위기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야 한다고 봤다.

이번 설문에서 ‘글로벌 경영 환경 급변 속 대기업 총수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가’라는 질문(복수 응답)에 52.0%가 ‘현재 및 미래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꼽았고 이어 46.7%가 ‘위기관리 경영 능력’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백 명예교수는 “당장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솔루션도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존립이 위태로운데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면 총수와 기업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고 했다.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대한리더십학회 명예회장)는 “과거에는 비전이 ‘꿈(dream)’이었다면 오늘날 비전은 ‘계획(plan)’”이라며 “비전형 리더십은 미래를 고려해 현재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경영학자들은 비전형 리더십에 이어 ‘글로벌 파트너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 리더십’(19.9%), ‘임직원과 교류하는 소통 리더십’(17.9%) 등을 2, 3위로 꼽았다. ‘사회적 규칙을 잘 지키는 윤리적 리더십’(8.6%), ‘구성원을 섬기는 서번트 리더십’(4.6%) 등에 대한 주문도 있었다.

● 기업 존속 위해 인재 육성 나서야

경영학자들은 기업의 존속과 성장을 위해 인재 확보 및 육성과 지배구조 선진화에 나설 것을 총수들에게 주문했다. ‘현재 대기업 총수들이 기업의 존속과 성장을 위해 완수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43%(복수 응답)가 ‘인재 확보 및 육성’이라고 답했다. 이어 ‘지배구조 선진화’(41.7%), ‘협력업체 등 생태계의 공존’(37.7%), ‘글로벌 시장 진출 가속화’(30.5%) 등이 뒤를 이었다. ‘사회 문제 해결’(2.0%)이나 ‘임직원 처우 개선’(1.3%) 등에 대한 주문은 비교적 적었다.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해야 할 총수들의 강점에 대해 경영학자들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전수된 경영 노하우’(28.5%)와 ‘글로벌 경험 및 마인드’(21.9%) 등을 꼽았다. ‘사업 추진력과 과감함’(24명·15.9%), ‘새로운 시장과 기술에 대한 도전정신’(23명·15.2%)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의 총수들이 과거 세대보다 뛰어난 점을 묻자(2개 복수 응답) 절반이 넘는 51.0%가 ‘국내외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라고 답했다. ‘조직 내부와의 소통 능력’(39.7%), ‘경영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25.2%) 등도 꼽혔다. 반면 부족한 점으로는 ‘과감한 실행 능력과 도전정신’(58.3%)이 가장 많이 꼽혔다. 조봉순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주영, 이병철 등 폐허에서 시작한 선대 회장과 비교하면 그 누구라도 도전정신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현대차의 수소사업 진출, LG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등 현재 재계 3, 4세 총수가 과감한 실행 능력을 보인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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