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순천정원박람회가 부러운 이유
최근 개막한 전남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구름 인파’로 넘쳐나 부러움을 사고 있다. 10년 만에 열린 박람회인데도 주말에만 방문객이 20만명에 달했다. 10월 말까지 이어질 축제 기간 800만명의 관람객이 예상된다. 인천에서도 하루 10만명 가까운 인파가 몰리는 락페스티벌, 맥주축제가 열리고 있으나 순천과는 결이 다르다.
순천은 이제 정원도시, 습지도시의 대명사로 일컬어진다. 도시가 주어이자 주체인 박람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는 도시가 축제 뒤의 술어다. 도시 정체성이 별로 부각되지 않은 채 한여름의 더위를 식히고 친구와 가족들끼리 음악을 즐기고 음료를 마시는 축제가 그나마 인천에서 열리고 있어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순천의 ‘대박축제’가 부럽기는 하지만 그보다 ‘28만명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정원박람회의 저력이 감탄스럽다.
정원박람회는 1990년대 시민 주도로 갈대와 흑두루미를 보호하려는 운동에서 비롯됐다. 1992년 도심을 가로질러 바다로 흐르는 동천 골재 채취를 코앞에 두고 갈대만 무성했던 버려진 땅을 살려야 한다고 시민들이 외쳤다. 갈대밭은 흑두루미의 서식지이기도 했다.
시민들이 ‘동천 하류생태계 토론회’, ‘갯벌 습지 보존 세미나’를 열고 순천만갈대제를 기획했다. 시 당국이 1996년 순천만종합생태조사에 나서 멸종 희귀조류가 다수 관찰되자 결국 1998년 골재채취허가를 취소했다.
인천에서도 시조(市鳥)인 두루미(학)가 매년 강화도 동검도~세어도~영종도 갯벌을 찾아와 올겨울엔 최대치인 70마리 정도 관찰됐다. 예전엔 학이 많이 날아들어 문학산 주변에 청학동, 학인동, 선학동과 같은 ‘학’자 지명이 있고 서구 연희동과 경서동은 1970년대 두루미 도래지로 유명했다,
인천에선 두루미를 별로 기리지 않는데,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촬영됐던 프랑스 콜마르는 시조인 두루미를 끔찍이 아낀다. 도시 랜드마크인 고풍스러운 교회 지붕에 두루미 조각상이 있고, 두루미를 소재로 한 관광상품과 기념물이 즐비하다.
순천에서는 2000년대 초 흑두루미가 다칠까 봐 순천만 인근의 전봇대 282개를 뽑아내고, 새먹이 오염을 우려해 순천만 주변 논을 친환경농업단지로 전환했다고 한다.
순천만은 2003년 습지보호지역, 2006년 람사르습지,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정원박람회장이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고, 박람회가 열리지 않던 코로나 팬데믹에도 연간 200만명 가까이 순천만습지와 순천만국가정원을 찾았다.
순천시내에 개인정원, 공유지정원이 늘어나면서 이제 정원이 관광객을 부르고 난개발을 막는 ‘에코벨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민의 힘으로 정원이 마법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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