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 학교 파고 든 ‘좀비 마약’... 댁의 자녀는 안녕하신지
며칠 전 한 방송에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거리 풍경을 비춰 주었다. 켄싱턴 스트리트라는 거리가 이제는 ‘좀비 스트리트’라 불린단다. 마약에 취한 노숙인들이 3㎞의 거리를 채운다. 허리와 팔다리를 꺾은 채 흐느적거리거나 아무 데나 구겨져 있다. 영화에서 본 그 좀비들이다. ‘악마의 마약’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에 찌든 군상들이다. 경찰도 이제 단속은 포기하고 범죄로 번지는 정도만 개입한다고 한다. 그 이튿날 또 충격적인 뉴스가 흘러나왔다. LA에서 온 이삿짐을 풀어 봤더니, 10만명분의 마약과 총기류가 쏟아졌다는. 이러다 중남미 국가로 가는 것 아닌가. 대낮에 마약 갱단이 활보하는.
그런데 이제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바로 인천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 펜타닐이 인천지역 고등학교로까지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소리 없이 확산했다. ‘친구 따라 호기심에’ 등 유혹에 약한 우리 10대들을 파고든다. 부착형 패치 형태다 보니 학교 화장실이나 공원 등에서도 쉽게 투약한다. 검찰이 마약 알선·투약 혐의로 기소한 한 학생의 사례를 보자. 2021년부터 SNS를 통해 구입한 펜타닐 등을 학교에서 친구 5명에게 팔아 왔다. 마약 중간공급책이면서 심각한 중독자다. 그들끼리 말하는 ‘마치 담배를 피우듯 약을 먹는’ 지경이다.
최근 5년간 인천지역 10대 마약 사범이 급증 추세다. 2018년 8명, 2019년 19명, 2020년 22명, 2021년 32명에서 지난해는 42명이 나왔다. 인천의 전체 마약류 사범은 해마다 1천명대 초반을 유지한다. 그러나 10대 마약 사범만은 5년 만에 5배 이상 늘었다. 구하기 쉽고 투약도 손쉬운 펜타닐 등의 향정신성의약품 마약 범죄가 급속도로 퍼지는 중이다. 지난해 인천·경기지역 마약 단속 5천559건 중 70%가 향정신성의약품 관련이다. 특히 인천·경기지역이 전국 단속 건수의 30%를 차지한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펜타닐 등 향정신성의약품 마약 사범은 재발률도 높다. 한 청년은 처음 인천의 병원에서 처방 받아 투약했다. 이후 전국 병원을 돌아다니며 100여차례나 더 처방 받았다고 한다.
예삿일이 아니다. 먼 나라 얘기로만 알았던 ‘좀비 마약’이 우리 동네 아이들의 방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처음부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내몰릴 수 있다. 그야말로 국가와 사회가 다같이 비상한 경각심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인천이라는 지역사회를 다시 마약 청정지대로 되돌릴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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