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들이 중국으로 간 까닭은
최근 미국의 우방 지도자들이 중국을 연쇄 방문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도 중국 전략을 생산기지 증축과 협력 강화로 전환하고 있다. 이들이 중국으로 향한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해 11월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가 그 신호탄을 쏘았다. 그는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이후 중국을 방문한 첫 유럽 지도자였다. 올 4월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제14차 전국인민대표대회 이후 중국의 첫 국빈방문 인사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같은 날 베이징을 방문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크롱 대통령과 3자회담을 가졌다. 이 밖에 싱가포르 총리(3월27일), 말레이시아 총리(3월29일), 스페인 총리(3월30일), 일본 외무상(4월1일) 등도 방중했다. 이탈리아 총리도 조만간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 모두 정치적 명분은 있었다. 독일과 스페인은 각각 중국과의 수교 50주년을 경축하기 위함이었다. 프랑스에 내년은 수교 60주년이고, 일본에 작년은 수교 50주년, 올해는 중·일 우호조약 체결 45주년의 의미가 있다. 말레이시아 총리는 전면적 협력전략동반자관계 수립 10주년을 기념하여, 싱가포르 총리는 ‘전방위적인 고품질의 전향적 동반자’의 구축을 위해 방문했다.
말레이시아를 제외하면 모두 세계 20대 무역국이다. 따라서 이들이 앞다퉈 중국을 방문한 이유도 경제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서 중국 경제의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이다. 중국이 2021년 경제성장률 8.1%를 기록하면서 이들 국가가 경험한 경제적 효과가 상당했다. 같은 해 이들 국가와 중국의 교역량은 120~170% 급상승했다. 프랑스는 대중국 수출이 전년 대비 최고 증가율인 182%, 말레이시아는 대중국 수입이 전년 대비 최고 증가율인 171%를 기록했다. 한국도 대중국 수출·수입이 각각 145%와 154% 증가했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3%)보다 높은 5% 안팎으로 전망되는 만큼 중국 경제 낙수효과에 대한 이들 국가의 기대감 또한 커졌다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의 생산과 협력 강화로 전략을 전환한 배경은 중국과의 ‘탈동조화’와 공급망 개편과 관련해 미국이 채택한 조치들이 비현실적이고 허술한 데 있다. 특히 지난해 미 의회가 통과시킨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급조되면서 비현실적인 면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가 지난달 있었다. 미 정부는 반도체법의 가드레일 규정과 IRA의 세부 지침을 각각 지난달 21일과 31일 소개했다.
이들 보완조치가 방증하듯, 이들 법안은 반도체와 2차전지의 생산구조와 공급체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2차전지 등의 생산량은 미국 기업의 수요를 충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2022년 중국 시장을 제외한 한국 기업의 2차전지 세계시장 점유율은 53.4%다. 결국 미국의 정책은 미국 기업에 일본(17.1%)을 포함해 우방이 공급하는 60% 내에서 그 수요를 감당하라는 뜻이다. 이는 미국과 우방이 생산하는 전기차의 수요를 충족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미국과 캐나다 등이 희토류 생산을 중단한 지 오래여서 중국산 배터리 사용 금지 역시 비현실적이다. 지난 2월 미국의 상징인 포드자동차가 중국 최대 배터리기업 CALT와 손잡고, 테슬라가 상하이에 ‘메가팩(거대 용량 배터리)’ 생산기지를 건설한다는 협정의 조인식을 갖게 된 결정적 이유다. 반도체 상황도 비슷하다. 중국에서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약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40% 가까이를 생산한다. 이들의 미국 시장 진입을 불허하려 했던 미국의 반도체법 본안이 수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대목에서 아시아가 세계 패권의 시작이며 이는 곧 중국 시장의 장악이 아시아의 제패라는 1860년대의 윌리엄 스워드 전 미 국무장관의 발언 의미를 되새겨야겠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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