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생성형 AI예술가의 그 이후는?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23. 4. 13.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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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미술사조는 당연히 인상파, 그 가운데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고흐다. 고흐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매우 강렬하고 혁신적이면서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정서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이전에 없었고 보기만 해도 스타일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는 예술사조의 대표주자들에게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를 좋아하는 것은 그의 삶이 지닌 극적 스토리다. 그의 사후에 갤러리들은 그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작품의 가치를 높였다. 근래 그의 삶이 알려진 것과 달랐다는 학술적 연구는 채 주목받지 못할 정도다. 그만큼 극적인 삶의 스토리가 그림값을 정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했다. 아니면 현대의 개념 미술처럼 도발이나 파격을 통해 꽂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AI(인공지능)에 이런 점을 찾는 이들은 없다. 아마 더는 AI 작가엔 관심이 없을 것이다. 첫 AI가 그린 작품은 나름 스토리가 될 듯하다. 하지만 대부분 AI가 그린 작품은 매우 차별적인 혁신보다 하나의 스타일을 모방한다. 이미 그런 스타일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이는 많다. 단지 인간이 아닌 존재가 빠른 시간 안에 그려내니 놀라울 뿐이다. 아니 AI 전에도 유명 작품을 모사하거나 위작을 만들어 사기행각을 벌인 뛰어난 그림쟁이는 많았다. 그들은 도구적 기예 수준이 월등했고 AI보다 개성도 부릴 수 있었다. 결국 독보적인 상품적 가치를 갖지 못했다. 더구나 승자독식이 매우 강한 구조적 특징을 갖는 것이 예술계다. 무엇보다 발터 베냐민의 아우라 개념을 생각해야 한다. 특히 작품은 보기 드문 희소성이 있어야 그 값을 더할 수 있을 뿐이다. 희소성의 전제가 있다. 인간의 제한된 결핍의 삶이 감정이입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에 비해 AI가 만든 콘텐츠는 대량생산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얼마 전 SF 출판 전문 '클라크스월드'(Clarkesworld)는 AI에서 산출한 SF 원고가 쇄도하자 사이트를 폐쇄했다. 이런 테크닉 수준에서 그림을 생산하는 이들에게는 분명 타격이 전망된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는 더욱 진화한 사실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만들 것이다. 그것은 예술작품보다 콘텐츠에 가까울 것이다. 시와 소설, 이미지만이 아니라 영상콘텐츠도 쉽게 만들어준다. 콘텐츠 소비가 필요한 이들에게 생성형 AI는 호재일 수밖에 없다. 주어진 화두에 뭔가 계속 만들어내긴 하기 때문이다. 챗GPT 등 생성형 AI는 붓이자 펜이고 카메라의 역할을 매우 충실히 하기에 일정한 결과물이 믿을 만하다. 하지만 기획과 관리는 사람이 우월해야 작품으로 남을 수 있다. 이는 K팝 음악도 마찬가지다. 반복되는 패턴의 음악 같지만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 같은 게 팝음악이기 때문이다. 매우 생동감 있는 감각으로 사람 사이의 분위기와 트렌드를 잘 파악해야 유지할 수 있다. 요컨대 생성형 AI 예술가는 가능하다. 하지만 성공하기는 인간 이상으로 힘들 것이다.

미래세대가 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라 아우라의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블록체인, 토큰, NFT, 메타버스 등은 그 이후 프로세스에 있다. 독창성과 삶의 스토리텔링이 소장욕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기획력으로 이전과 차별되는 콘셉트를 부여하는지 그 여부가 중요해진다. 교육은 그것에 맞춰야 한다.

덧붙여 예술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은 우리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를 묻자 챗GPT는 이국적인 젊은 남성을 내놨다. 한국인에게는 각별한 이순신을 챗GPT는 글로벌 시각으로 보여준 셈이다. 우리와 달리 세계인들은 이순신에게 관심이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예술작품도 한국인들이 관심 있는 분야는 챗GPT가 대답하지 못할 수 있다. 한국인들만이 뛰어난 작품에 대해 챗GPT는 몰라도 그것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우리가 문화제국으로 확장해가야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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