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진짜 위기는 시작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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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지향적 금융의 총아로 부상하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의 전격적인 파산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후에도 세계 유수의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가 헐값에 매각되는 등 국제적으로 금융불안이 심화하기도 했다.
일단 금융안정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연준 등 세계 중앙은행들이 능동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버팀목 역할을 해왔지만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의 딜레마, 또 시스템 전반의 과도한 유동성 의존에 따른 위험이 부각된 상황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곡예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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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지향적 금융의 총아로 부상하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의 전격적인 파산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후에도 세계 유수의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가 헐값에 매각되는 등 국제적으로 금융불안이 심화하기도 했다. 다행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정부 당국이 예금 전액 보장과 긴급 유동성 투입 등으로 발 빠른 진화에 나서면서 사태는 점차 진정되고 있다.
하지만 잘나가던 스타트업의 지원에다 안전한 국채자산으로 무장한 실리콘밸리은행을 비롯해 미처 생각지도 못한 영역에서 금융불안이 번져가면서 그 내막이나 향방을 두고 어리둥절한 모습이 만연하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스템 리스크의 원천이 은행에서 금융시장, 특히 은행을 대신해 기세를 떨쳐온 비은행금융기관의 막강한 시장지배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었다. 가령 비은행금융기관은 요즘 글로벌 금융자산의 절반을 차지한다.
아무래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으로 은행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의 시장조성자 역할이 쇠퇴한 영향이 크다. 아울러 기술혁신을 토대로 비전통적인 금융플랫폼들이 그 공백을 메우며 급성장해왔다. 은행 위주의 유동성이나 신용 공급망의 다변화 등 장점도 많지만 위험관리보다는 수익제고에 치중된 비은행금융기관들의 행태는 시장쏠림을 부추기는 결과를 빚어왔다. 코로나 사태 직후의 극단적인 금융경색은 물론 2019년 미국 레포시장 발작이나 2022년 영국 연기금 위기 등이 단적인 예다.
이런 맥락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은행권 불안이 실은 그동안 누적된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환기시킨다고 역설한다. 여기서 주목한 것은 바로 레버리지 증대와 유동성 미스매치, 또 금융기관 상호간의 높은 연계성 등에 따른 비은행금융기관의 취약성이다. 익히 문제가 된 '그림자금융'의 영역인데 대부분 은행과 같은 일상적 규제체계에서 벗어나 데이터 공백이 심각하다. 사실 실리콘밸리은행도 트럼프 시절 금융규제 완화의 수혜를 통해 급성장했다.
지금도 시장에서는 다음 타깃의 취약은행 찾기에 분주하지만 그 정체나 파급력은 여전히 모호하다. 오히려 단기성 자금조달(요구불예금 포함)에 의존한 금융시장 유동성, 그리고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간의 상호 자금조달 및 운용과정을 통해 다층적으로 엮인 긴밀한 연계성이 시스템 리스크의 근저에 도사린다. 실제로 이번 금융불안 역시 직접적인 사슬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비교적 단순해 보이지만 금융시스템 전체적으로는 대단히 복잡한 사슬로 뒤얽혀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일단 금융안정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연준 등 세계 중앙은행들이 능동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버팀목 역할을 해왔지만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의 딜레마, 또 시스템 전반의 과도한 유동성 의존에 따른 위험이 부각된 상황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곡예가 이어진다. 어쩌면 진짜 위기는 시작도 안 했는지 모른다. 대신 무언가 진짜 위기를 향해 차곡차곡 트랙레코드가 쌓이는 건 아닐까. 당장의 평온에 안도하기보다는 건강하고 안전한 금융시스템의 재설계를 위해 고민을 모아야 할 때다.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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