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사라진 돌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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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추, 금달걀, 금양파' 물가가 크게 오를 때 품목의 맨 앞에 붙는 단어는 금이다.
금돌반지를 선물하는 건 가까운 친지 정도다.
1g·0.5g짜리 돌반지를 주자니 민망해 결국 현금이나 유아용품으로 대체하고 만다.
장롱 속 깊숙이 숨겨둔 돌반지는 자식들의 학자금 등으로 요긴하게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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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값이 미친 듯이 치솟고 있다. 크레디스위스(CS)·도이체방크 등의 유동성 우려가 불거진 이후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은행마다 투자목적의 골드바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을 정도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금은 지하경제의 대명사였다. 무자료 거래를 통한 탈세의 온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2014년 한국거래소(KRX)에 금거래소까지 만들어졌다. 지난해 KRX 금시장 거래량과 거래금액도 각각 20t, 1조3000억원을 넘을 만큼 한국인의 금사랑은 유별나다.
하지만 금값의 고공비행에 돌잔치에서 반지가 자취를 감췄다. 지난달 말 기준 금 1돈(3.75g)의 가격은 35만1500원. 세공비를 더하면 40만원이 넘는다. 금돌반지를 선물하는 건 가까운 친지 정도다. 1g·0.5g짜리 돌반지를 주자니 민망해 결국 현금이나 유아용품으로 대체하고 만다.
의술이 열악해 유아 사망률이 높던 시절 출생신고까지 미뤄가며 열두 달을 무사히 버티면 친지·이웃 등을 초대해 잔치를 벌였다. 건강을 기원하며 건네는 돌반지는 받는 이에겐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었다. 장롱 속 깊숙이 숨겨둔 돌반지는 자식들의 학자금 등으로 요긴하게 쓰였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집집마다 간직해온 금붙이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경기침체와 저출산, 결혼감소, 예물간소화 추세에 금값 폭등까지 더해져 귀금속 업계가 울상이다. 보관하기 불편한 금 대신 편리한 현금을 추구하는 시대라지만 수백 년간 내려오던 돌반지의 전통까지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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