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여당에 간절함이 안 보인다
위기인 줄 모르고 잡음과 내분만
고질적 웰빙 체질 바꾸지 못하면
2024년 총선 승리 기대하기 어려워
한국도로공사 에이스 박정아가 스파이크 한 공이 흥국생명 선수들 블로킹에 맞고 뒤로 흘렀다. 후미에 있던 리베로가 공을 살리려고 몸을 날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주 프로배구 여자부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도로공사가 김연경이 이끄는 정규리그 1위 흥국생명을 꺾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5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우린 이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이제 기적을 기록에 남기느냐, 잠시의 기억을 남기느냐는 우리 손에 달렸다”고 독려했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을 끝으로 박정아, 배유나 등 주축 선수 5명이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이 멤버로 치르는 마지막 시즌이 될 공산이 크다. 선수들은 다리가 풀릴 정도로 지쳐도 다시 일어나 공을 때렸다. 마지막이란 간절함이 우승이란 기적의 드라마를 쓴 원동력이 된 것이다.
배구에서만 그러랴. 정치에서도 절박한 쪽이 이길 확률이 높다. 내년 4·10 총선 승리가 가장 간절한 건 여당일 것이다. 국민의힘으로선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는 여소야대 정국 등 정치 지형을 바꾸려면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래야 윤석열정부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 성공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컨벤션효과는커녕 당 지지율은 우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4·5 재보궐선거에선 텃밭인 울산의 기초의원과 교육감도 야당에 내줬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청주에선 이겼다”고 한가한 소리를 했다. 긴장감이나 위기의식이라곤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최고위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황당한 말실수를 쏟아내고, 극우 성향 목사 한 사람을 두고 당내 분란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도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산불이 났는데도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은 술자리를 가졌다. 고질적인 ‘웰빙 체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여당 지도부가 출범 한 달 동안 보여준 건 무기력과 잡음뿐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더 이상 ‘야당 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여당 지지율이 당대표 사법 리스크에 빠진 공룡 야당에 큰 차이로 역전당한 것으로 나온 게 그 방증이다. 야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을 챙기는 대신 스스로 실력을 길러야 하건만 아직도 남의 힘에 기댈 궁리만 한다. 잊을 만하면 ‘한동훈 총선 차출론’을 꺼내든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돌아선 중도층과 청년층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은 2016년 4·13 총선을 2개월 앞두고 국회 당 대표최고위원실에 “정신 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는 문구가 담긴 배경판을 설치했다. 당내 공천 갈등이 깊어지자 새누리당을 향한 국민들의 쓴소리를 공모해 벽면에 붙여놓고 경계심을 갖자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당내에선 ‘옥새 파동’, ‘친박 살생부’ 등 잡음과 내분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총선에서 문구대로 됐다. 국민의힘도 간절한 심정으로 체질을 확 바꾸지 않으면 새누리당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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