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日 문학계 거장’ 오에 겐자부로를 보내며

김용출 2023. 4. 13.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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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하는 것과, 아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일, 두 가지를 어떻게든 조화시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을 다잡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의 유일한 낙은 독서.

그 역시 마지막 부분이 완성도에선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마음 또는 윤리는 아이와 함께 살아가자는 것이었다.

일본 현대문학의 새 출발을 알린 순간이었고, 오에라는 소설가가 다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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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체험 문학적으로 승화… 글 읽으며 희망 떠올려

문학을 하는 것과, 아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일, 두 가지를 어떻게든 조화시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을 다잡았다. 마침 순문학 신작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의뢰가 들어왔다. 생활 하나하나가 전쟁 같던 삶과, 소설쓰기가 절묘하게 합치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1963년 6월, 장남 히카리가 태어났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뇌에 큰 혹이 있어서 수술을 해야 했다. 의사들은 수술로 삶을 연장할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고, 살아남는다고 해도 장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물처럼 살아야 할 수도 있다고, 젊은 의사는 일부러 찾아와서 전했다.
김용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한동안 매일 병원에 가서 아들을 돌보고 다시 아내가 누워 있는 병실을 찾아야 했다. 아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공공기관에 출생신고도 해야 했지만,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의 유일한 낙은 독서. 그때 시몬 베유(Simone A. Weil)의 책을 읽고 있었는데, 책에는 이누이트족 우화가 담겨 있었다.

…세상이 막 시작되었을 때 까마귀가 지상에 살고 있었다. 까마귀는 땅에 떨어진 콩을 쪼아 먹고 살았는데, 주위가 어두워서 좀처럼 먹이가 보이질 않았다. 이 세상에 빛이 있으면. 까마귀는 간절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세상에 빛이 가득 비쳤다…

베유는 인간이 간절한 희망을 갖는다면 결국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진심으로 바라고 원한다는 것 자체가 희망이라고. 관념의 상상에만 의존하는 소설을 써온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는, 까마귀의 희망을 떠올렸다. 그리곤 아들의 이름을 히카리, 빛으로 지었다.

얼마 뒤, 그는 펜을 들었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와 함께 살아간다, 이것이 이제부터 내 인생이라고 주인공이 결의하는 장면을 쓰자, 술술 세 페이지 정도를 쓸 수 있었다. 글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주인공 버드는 마침내 아이는 어떻게든 혼자서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갈 수 있을 정도의 상태로 성장할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장인과 장모에게 전하고…

이듬해 자신의 체험을 문학적으로 승화한 소설 ‘개인적인 체험’이 출간된 직후, 유명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는 반드시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진부한 소설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하지만 오에는 물러서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결심이 가장 중요하기에 주인공에게 그런 결의를 시켰고, 이후 물이 샘솟듯 자연스럽게 썼다며 고치지 않겠다고 맞섰다. 또 다른 소설가 에토 준도 비판에 가세했고, 미국 출판사 역시 영어판을 펴낼 땐 그 부분을 고쳐 써달라고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만약 장애 아이가 살아가는 것을 곤란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아버지가 옆에서 절망하는 것으로 끝낸다면, 과연 자신은 현실에서 아이와 얼굴을 마주볼 수 있을까. 아이와 함께 살고 싶은 자신의 희망을 배신해버린 작가가 되는 건 아닐까. 그 역시 마지막 부분이 완성도에선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마음 또는 윤리는 아이와 함께 살아가자는 것이었다. 일본 현대문학의 새 출발을 알린 순간이었고, 오에라는 소설가가 다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1994년 10월 ‘개인적인 체험’을 대표작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너무 어렵다’는 말에 지레 겁을 먹고 그의 소설에 다가가지 않았다가 지난달 별세 소식을 듣고서야 뒤늦게 그에게 갔다. 소설과 대담집, 작법서를 찾아 읽으며 그의 마음, 희망을 떠올렸다. 존경하는 오에상, 저 세상에서도 행운이 있기를.

김용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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