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무질서한 봄꽃 개화… 기후위기의 경고
봄철 이상고온에 생태계 붕괴 초래
정부,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 설정
과학적 진단 동반 획기적 노력 필요
올봄에는 이전에 보기 힘든 현상들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봄꽃들의 무질서한 개화였다. 본디 봄 개화에는 순서가 있다. 겨울 막바지 무렵에 동백이 개화하고 이어 산수유와 목련이 꽃봉오리를 터트린다. 봄꽃의 대명사인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 유채꽃 순으로 바통을 이어받고, 철쭉이 피면서 마무리된다. 그러나 올해는 봄꽃의 전형적인 개화 순서와는 무색하게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개화하는 현상이 여기저기서 관측됐다. 또 남부지방에서 개화가 시작돼 중부지방으로 옮겨지는 것이 아니라 중부지방에서 먼저 개화가 시작되는 현상도 목격됐다. 참고로 올해 서울의 공식 벚꽃 개화일은 3월25일로 평년 개화일인 4월8일보다 거의 2주가 빨랐다.
지난달 정부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40% 감축을 목표로 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설정한 바 있는데 지난해 3월부터 발효된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처음 수립되는 구체적 계획으로, 2050 탄소중립 사회의 국가 비전을 위한 중장기감축목표가 담겨 있다.
2030년까지 제시된 연도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보면 한 가지 뚜렷한 특징을 볼 수 있는데 초반에 온실가스를 서서히 줄이다가 후반에 온실가스를 급격하게 줄이는 경로를 택했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여러 감축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 계획안처럼 초반에 서서히 줄이다가 후반에 빠르게 줄일 수도 있고 반대로 초반에 빠르게 줄이다가 후반에 서서히 줄일 수도 있다. 또한 초반과 후반 일정한 감축률을 적용해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경로에 따른 기후 반응을 면밀하게 진단해 최적의 감축 경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온실가스 감축, 나아가 탄소중립의 가장 큰 명제는 바로 기후위기 대응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탄소배출량의 감축 속도에 따른 기후반응은 크게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소배출량 감축 속도가 빠를수록 대기 중 복사 에너지 및 기후요소들의 반응의 차이로, 탄소배출량 감축 속도가 느릴 때보다 온난화를 더욱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반에 온실가스를 서서히 줄이다가 그에 따른 온난화 방지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그 결과 이상 기상 및 기후의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노력이 무색해지는 더 큰 어려움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는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날씨뿐만 아니라 생태계 붕괴를 통해 인류 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해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올봄 우리는 봄꽃들의 무질서한 개화현상을 보며 생태계 붕괴의 현장을 직접 보았다. 생태계 붕괴가 인류 문명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획기적이고 과학적인 진단이 동반된 최적의 온실가스 감축 경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기후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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