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하원, 'CS인수 정부지원' 반대표결…번복 효력은 없어(종합)
(서울·제네바=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안희 특파원= 경쟁사인 UBS에 인수된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에 대한 154조원가량의 정부 유동성 지원 방안에 대해 스위스 연방하원이 반대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이미 긴급 승인 절차를 거친 것이어서 연방하원의 반대 표결에도 불구하고 무효화할 수 없으며 예정대로 시행된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연방하원은 전날 밤 12시 가까운 시간에 연방정부의 유동성 지원 방안에 대해 표결했고, 결과는 부결로 나왔다.
같은 날 앞서 의원 46명으로 구성된 스위스 의회 상원은 해당 구제안을 승인한 바 있지만, 200명 의원으로 구성된 하원에서 의원 102명이 반대해 부결된 것이다.
연방하원은 이날 다시 표결을 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하원의원 103명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미 작년부터 재무 위기에 노출됐던 CS가 충분한 자구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심되는 상황인데도 구제금융을 제공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게 하원의 대체적 표심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CS가 잇단 투자 실패와 고객 이탈 등으로 인해 경영 위기에 휩싸이자 UBS는 지난달 19일 30억스위스프랑(4조4천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계약은 스위스 정부가 1천90억 스위스프랑(154조3천억여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성사됐다.
스위스에서는 연방정부의 적극적 개입 속에 CS가 인수된 과정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연방의회는 전날부터 임시회를 열어 이 문제를 다뤘다.
상원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표결 끝에 연방정부의 유동성 지원 방안을 추인했지만 하원은 나랏돈을 투입해 통합 은행을 만들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2차례나 반대표를 던진 셈이다.
그러나 하원의 반대 표결은 올해 10월 총선을 앞두고 연방정부의 성급한 유동성 지원을 비판하는 정치적 메시지에 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긴급한 국정 현안에 대해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릴 때 연방의회 전체가 아니라 위원회 형식을 띤 의회 대표자들의 동의를 얻는 제도를 활용하는데, 유동성 지원 결정은 이에 따라 이뤄졌다.
이 절차는 의회 표결로 번복할 수 없다. 대신 의회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감시하고 각종 조건을 달아 지원금이 엄격하게 집행되도록 견제할 수 있다.
연방의회는 UBS의 CS 인수 문제를 지속해서 국정 현안으로 다룰 예정이다.
연방 상·하원은 다음 달 8∼9일과 15∼16일 합동 위원회 회의를 열고 UBS의 CS 인수 문제를 논의한다. 청문회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회의에는 카린 켈러 서터 연방 법무부 장관, 마를린 암스타드 금융감독청장,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국립은행(SNB) 총재 등이 증인으로 나온다.
한편 UBS가 CS 인수를 완료하면 인력을 최대 30% 줄일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스위스은행원연합회(SBPV)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나탈리아 페라라 SBPV 상무이사는 의회에 서한을 보내 CS의 붕괴로 영향을 받은 직원들을 고려하고 올해 말까지 감원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스위스 현지 언론은 최근 UBS의 CS 인수 후 탄생할 은행이 인력을 20~30% 감축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스위스에서 최대 1만1천명, 전 세계적으로는 2만5천명의 직원이 해고될 것이라고 전해졌다.
페라라 이사는 두 은행의 스위스 내 직원 수를 언급하면서 "지난 3주간 CS 직원 약 1만7천명과 UBS 직원 약 2만2천명이 불확실한 미래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CS는 전 세계에서 직원 4만5천명, UBS는 7만4천명을 고용하고 있다.
페라라 이사는 "UBS의 CS 인수와 관련해서는 숫자, 돈, 규제, '대마불사', 보너스가 주로 언급될 뿐 피해를 보는 두 은행 직원은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된다"며 "이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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