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도 수입도 이제 안 마신다”…맥주 외면하는 소비자, 왜?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4. 12.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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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실적 만회하려 신제품 출시 박차
국산·수입산 모두 부진…여름 매출 기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해 봄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술을 마시는 소비자들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주류업계 양대 산맥인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잇달아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맥주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맥주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저마다 브랜드 입지를 다지려는 것인데 국산은 물론, 수입맥주 수요까지 줄어드는 분위기다.

1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는 전날 수제맥주 신제품 ‘허니 054’를 출시했다. 최근 ‘한맥’을 리뉴얼 출시하는 등 대중적인 제품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오비맥주지만, 마니아층을 공략해 추가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에 앞서서는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말 라거 맥주 신제품 ‘켈리’를 출시해 화제가 됐다. 기자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는 4년 전 출시한 ‘테라’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음에도 엔데믹 후 시장점유율을 늘리고자 신제품 개발에 힘써왔다고 설명했다.

주류업계 공룡기업들이 연달아 신제품을 선보인 건 팬데믹 기간 부진했던 실적을 본격적으로 만회하기 위함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고강도 방역수칙으로 직장인들의 회식이 사라지자 유흥채널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문화 확산으로 와인과 위스키 등의 수요가 늘자 가정시장에서의 맥주 소비량도 급감했다.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출고가까지 오르자 편의점 등에서도 ‘4캔 1만원’이 사라지면서 맥주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주류 판매대에 각종 맥주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 보고서와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국내 맥주 출고량은 153만9000㎘를 기록했다. 출고량은 2013년 이후 8년 연속 줄었는데 직전 해와도 1.8% 차이가 있다.

부진한 건 수입맥주 역시 마찬가지다. 맥주 수입량은 2018년 39만여t에서 지난해 23만여t까지 감소했다. 전년보다 12%, 4년 전보다 76% 줄어든 규모다. 소비자들이 국산맥주와 수입맥주를 모두 외면하면서 시장 파이가 줄어들고 있는 것.

엔데믹 특수를 노리며 여러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맥주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회식이 줄어드는 등 음주 문화가 바뀌고 있어 유흥채널 실적 만회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고물가 기조까지 이어지고 있어 가정 내 맥주 수요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엔데믹으로 각종 야외 행사가 속속 재개되고 있지만, 맥주 대신 와인이 등 다른 주류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며 “야외 활동이 많아진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직장 내 회식이 사라지고 있는 점도 유흥채널 매출 감소로 직결된다. 특히 국산맥주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올여름 동향과 매출이 향후 몇 년간 맥주시장의 추이를 점쳐보는 지표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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