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고1부터 학폭 대입정시 반영…5수생까지 기록 남는다

문가영 기자(moon31@mk.co.kr),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3. 4. 12. 2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학폭 기록 최장 4년간 보존
교대·사범대 지원 못할 수도
기록 회피용 꼼수자퇴 불가
'학폭 절대금지' 가치관 심기
피해자에 가해자 분리요청권
심리·의료·법률 맞춤 지원도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맨 오른쪽)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현재 고1 학생부터는 학교폭력 가해 기록이 정시에 반영돼 대학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형 및 모집단위별 특성에 따라 아예 지원 자체를 제한하는 방안도 대학별로 자유롭게 고려할 수 있다. 예컨대 교대나 사범대에서 학폭 가해 학생의 지원을 제한한다면 가해 학생이 교사가 되는 길이 막히는 셈이다. 학폭으로 중대 처분을 받은 가해 학생 기록은 졸업 뒤 4년까지 보존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9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심의·의결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대입을 치르는 2026학년도부터 학생부위주전형에서는 물론이고 수능위주전형 등 정시전형에서도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의무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학교폭력 조치사항의 대입 필수 반영 내용은 올해 8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하는 '2026학년도 대입전형기본사항'에 포함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반영 방식이나 기준 등은 대학별로 결정해 사전 예고할 예정이며 2025학년도 대입에서도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전형에 반영할 수 있다.

또 중대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게 내려지는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전학(8호) 등 조치의 학생부 기록 보존기간은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다. 현재 보존기간이 만료되지 않아도 졸업 직전 심의를 통해 삭제할 수 있는 사회봉사(4호), 특별교육(5호),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조치의 심의요건도 강화한다.

졸업 전 해당 기록을 삭제하려면 심의 시에 '피해 학생 동의확인서' '가해·피해 학생 간 소송진행 상황'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해 행정심판과 소송 남발을 예방하고 가해 학생의 사과와 반성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 피해 학생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동의확인서는 반드시 전문가의 입회하에 받도록 매뉴얼을 마련할 예정이다. 피해 학생·신고자에 대한 접촉 금지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가중 조치하도록 한다. 학교폭력 발생 시 발동되는 즉시분리 기간은 현행 3일에서 7일로 연장된다. 가해 학생이 조치사항 기재를 회피할 목적으로 자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심의위원회가 조치를 결정하기 전에는 자퇴할 수 없도록 한다.

교육부는 아울러 교원의 면책 조항을 강화해 학교가 학교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교원이 학교폭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교원의 민형사상 책임은 면제된다.

아울러 교원치유지원센터를 통해 법률상담을 제공하고 배상책임보험을 보장해 교권을 보호한다. 학교폭력 책임교사의 부담을 덜기 위해 수업 경감 기준도 마련할 예정이다.

한 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그간 학교폭력에 대한 안이한 온정주의로 피해 학생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학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무너져버린 교권도 강화해 학교폭력을 근절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 같은 엄정한 대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예방과 교정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학교폭력 피해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2년 이후 학생부 기록 보존기간이 지속적으로 완화됐는데 이와 동시에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반비례적으로 늘어났다"며 "약화된 엄정주의를 균형 있게 복원함으로써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학교폭력은 등교 재개 직후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날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서울 소재 320개 고교의 학교폭력 심의·조치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1년 심의 건수는 622건으로 전년(412건) 대비 50% 이상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2021년 2학기부터 초·중·고등학교가 전면 대면수업을 재개하면서 같은 해 언어폭력과 따돌림, 신체폭력, 성폭력 등이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유형별로 보면 언어폭력은 2021년 130건에서 2022년 225건으로 급격히 늘었으며, 따돌림도 7건에서 17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문가영 기자 / 한상헌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