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잿더미로 변한 삶의 터전...망연자실한 이재민들
비 내려 예상보다 일찍 진화됐지만 피해 눈덩이
불길 미처 못 피한 사망자도…80대 펜션 업주
이재민 550여 명 대피소에…뜬눈으로 밤 지새워
[앵커]
어제(11일) 강릉에서 난 대형 산불, 다행히 8시간 만에 꺼졌지만 현장에는 처참한 흔적이 남았습니다.
민가와 펜션 등이 100곳 넘게 불에 탔는데요.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고, 수많은 이재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김근우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작지만 따뜻했던 삶의 터전이 하루 만에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습니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즐겨 찾던 펜션은 완전히 무너져 형체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소방 대응 3단계가 발령된 강릉 산불.
때맞춰 내린 단비가 예상보다 일찍 불을 꺼줬지만, 바람을 타고 번진 불씨는 피해 규모를 눈덩이처럼 키웠습니다.
강릉 시내 곳곳에는 이렇게 불에 타 폐허가 된 건물들이 남아있습니다.
강한 바람을 탄 불이 산과 멀리 떨어진 곳까지 옮겨붙은 겁니다.
화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도 집어삼켰습니다.
80대 주민 전 모 씨가 빠르게 번진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운영하던 펜션 옆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싼값에 숙소를 제공하며 노후를 즐기던 사이 닥쳐온 비극이었습니다.
[인근 교회 관계자 : 화재가 너무 급박하고 하니까 빨리 차에 태워서 일단 대피를 같이 시킨 거죠. 근데 이제 할아버님은 저 집 안에서 발견된 거로 보이는데, 집 밖으로 못 빠져나오시고….]
이번 산불로 주택과 펜션, 상가 등 건물 100여 채가 불탔습니다.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조윤주 / 강릉시 저동 : 짐 싸는 동안에 불이 날아와서 우리 집 바로 뒤 나무에 붙었어요. 몰라요, 지금 어떻게 됐는지 몰라요. 지금 타긴 탔는데 어떤 게 탔는지 안 탔는지 남의 말 듣곤 모르잖아. 그러니까 모른다고 지금 어떻게 됐는지. 몰라 지금.]
[산불 피해 이재민 : 그때까지는 집이 있었어요. 근데 장애아가 있었거든요. 아이를 피신시켜놓고 그냥 나와버렸고, 다시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주변 사람들이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이 (집이 모두 탔다고 얘기해줬어요.)]
불은 8시간 만에 꺼졌지만, 피해 복구를 마치고 이재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거로 보입니다.
YTN 김근우입니다.
YTN 김근우 (gnukim0526@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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