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장에게 성폭력 당했다"...日 아이돌 출신 남성 가수 폭로

'日 아이돌 대부' 성학대 기자회견하는 '쟈니스 주니어' 전 멤버 일본 아이돌 그룹 '쟈니스 주니어'의 전 멤버였던 오카모토 가우안이 12일 도쿄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회견은 지난달 7일 영국 공영방송 BBC가 일본 연예계 거물로 군림하던 자니 기타가와가 생전에 아이돌 지망생을 상대로 성 학대를 자행했다고 보도한 후 이뤄졌다. 오카모토도 성 학대 피해자 중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AP=연합뉴스]

일본의 대형 연예기획사 '쟈니즈 사무소' 출신의 남성 가수가 12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 사장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날 교도통신에 따르면 가우안 오카모토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특파원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어 "쟈니즈 사무소에 소속돼 있을 당시인 2012∼2016년에 쟈니 기타가와 전 사장으로부터 15∼20회 정도 성적 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2019년 사망한 기타가와는 1962년 '쟈니즈'를 설립했다. '스마프'와 '아라시' 등 수많은 유명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켜 '아이돌의 대부'로도 잘 알려졌 있다.

하지만 그는 생전에 아이돌 지망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그는 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기획사를 찾아온 소년들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영국 공영방송 BBC가 지난달 '일본 J팝의 포식자'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년 성착취 파문에 불을 붙였다. 다큐멘터리에는 아이돌 지망생일 때 쟈니 기타가와에게 성 학대를 당했다는 4명의 피해자 증언이 나온다.

오카모토는 기타가와의 성폭력 의혹과 관련, "저를 제외하고 피해자 3명이 확실히 더 있다"며 "기타가와의 집에 들른 거의 모두가 피해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타가와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의 행위는 나쁘다고 생각한다"며 드라마나 광고 출연, 데뷔는 모두 기타가와의 한마디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소의 최고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며 "예능계에서 그러한 것이 사라지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다만, 오카모토는 지난달 소셜미디어(SNS)에 "쟈니즈로부터 고소당했다"고 올린 글에 대해선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허위로 작성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쟈니즈는 오카모토의 기자회견 이후 "경영진, 종업원이 성역 없이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겠다"며 "편견이 없고 중립적인 전문가의 협력을 얻어 거버넌스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쟈니 기타가와의 행각이 폭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9년 10월 주간지 슈칸분？에서 '쟈니 기타가와, 간사이의 소년들을 호텔에 불러들인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의 방송과 신문들은 물론 연예 주간지들조차 이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

BBC 방송은 이번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일본의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주요 일간지 등이 취재 요구를 무시하거나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밝혔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