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징계, 대입 탈락? 감점?…결정은 대학에 넘겨
기사내용 요약
학생부 '학교폭력 조치' 모든 대입 전형에 반영
'수능 100%' 정시에 학생부 반영되는 계기되나
정성평가, 감점제, 지원 자격박탈 등 방식 거론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정부가 12일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대책의 핵심은 대학 입시 전형에 의무적으로 징계 기록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징계 기록이 곧 탈락을 의미할 만큼 반영할 지, 정순신 변호사 자녀 때의 서울대처럼 몇 점 수준을 감점하는 선에서 그칠 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운영하는 전형 방식이 다양하고 전형 방법이나 그 요소 역시 각자 다른 만큼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을 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날 공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 대책을 통해 오는 8월 확정할 예정인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을 통해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대입에 필수적으로 반영한다는 내용을 담겠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징계 조치가 기록되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양식도 바꾼다. 현재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출결사항', '인적·학적사항'에 나눠서 기재되는데 앞으로는 '학교폭력 조치 상황란'에 모아 기재한다.
쉽게 말해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치르는 모든 대입 전형부터 대학은 지원자가 학교폭력으로 받은 징계 조치를 반영해 수험생을 선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입전형기본사항은 각 대학의 입시 전형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지침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대학 협의체가 교육부와 함께 정한다. 대학은 이 지침을 벗어나 전형(대입전형시행계획)을 운영할 수 없다.
학교폭력 관련 대입전형기본사항이 어떤 방식으로 정해질 지 참고해 볼 만한 비슷한 사례는 이미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2월 학교운동부 폭력근절 방안에 따라 대입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학생선수 폭력(학교폭력) 관련 조치를 반드시 반영하게 했다. 올해 고2가 치를 2025학년도 대입부터 시행된다.
2025학년도 대입전형기본사항을 보면, 체육특기자 전형에 "학생부 반영을 의무화하고 평가 기준을 모집 요강에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적혔다. 또 "교과 성적, 출석, 학교폭력 조치사항 반영은 필수"라며 "반영 방법은 대학 자율 설정"이라고 기재돼 있다.
학교폭력 조치도 이와 같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이번 대책에서 "대입 평가의 구체적인 반영방식이나 기준 등은 대학별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시 전문가들과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학생부를 활용한 정성평가, 학교폭력 징계는 곧 탈락을 의미하는 '과락', 그리고 징계 조치의 수위에 따라 정량적으로 점수를 깎는 감점제 등이 거론된다.
이번 조치는 '학교폭력시 대학 입학뿐만 아니라 졸업시까지도 불이익을 받는다'는 경각심을 높이는 목적이 강하다. 이 점이 실효성 있게 달성됐는지 보려면 향후 대학들이 정할 '전형 요소'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대부분 대학은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위주로 학생을 뽑는다.
이는 대입전형기본사항에도 포함돼 있으며 역대 정부의 일관된 '대입전형의 간소화' 기조 때문이다.
학부모와 학생이 복잡한 대입전형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수시는 학생부, 논술, 실기·실적 위주로 정시는 수능, 실기·실적 위주로 선발할 것을 권고해 왔다.
수시나 체육특기자 등 실기 전형은 기존에도 학생부 등이 반영돼 있으니 문제될 게 없지만 문제는 수능 성적 100%로 선발하는 정시 전형이다.
정시는 '대입 공정성' 여론과도 맞닿아 있다. 학교폭력을 이유로 학생부를 활용한 정성평가를 택할 경우 또 다른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대가 지난해 정시모집 수능위주 일반전형에서 2단계 평가에 고교 내신 성적인 교과평가를 20% 반영한 것을 두고 수험생들이 국민청원 등을 통해 '편법적인 수시 증원'이라 반발했던 전례가 있다.
서울 한 대형 대학 입학처 실무자는 "학교폭력에 따라 징계 조치를 받는 데 더해 대입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두고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조문에 맞지 않는다는 헌법소원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감점제도 경우에 따라 실효성이 없을 수도 있다.
이번 대책이 나온 계기가 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사례만 봐도 서울대가 수능 성적에서 2점을 감점했는데 당시 감점할 수 있는 최대 점수였다.
물론 의과대학 등 소수점 단위로도 당락이 갈리는 최상위권 대입 정시에서 2점은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지만, 정군은 결국 합격했다.
지원 자격 제한이나 과락은 일부에 국한될 수 있다.
교육부는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서 인성 등을 평가하는 전형이나, 학교장 추천을 받아 내신 성적 우수자를 선발하는 수시 전형 등에서 대학들이 지원을 제한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취지를 갖고 있지 않은 정시 전형 등 모든 전형에서 학교폭력 징계를 이유로 지원 자격을 막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혜림 교육부 인재선발제도과장은 이날 오전 사전브리핑에서 "모두 (지원을) 배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전형 유형에 따라 (지원을) 배제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물론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이번 대책이 만들어진 계기가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이었던 만큼, 대학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학은 원칙적으로 입시 전형을 공정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과락이나 감점의 비율을 명확히 하는 등 학교폭력은 안 된다는 명확한 신호를 대학에서도 주지 않으면 대책이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이날 "(대학들도) 형식적으로 (입시에) 반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정부는) 큰 방향을 제시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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