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수험서까지…기준 없는 ‘의정 참고도서’
[KBS 창원] [앵커]
지방의회에서는 소속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위해 각종 참고 도서를 구입합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시민 세금이 들어가는데요.
KBS가 정보공개청구로 지난해 임기를 시작한 경남 18개 시·군 의회의 참고 도서 구입 목록을 살펴봤더니, '의정 참고'라는 명목과 동떨어져 보이는 책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보도에 김민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창원시의회 '도서 자료실', 현재 도서 6백여 권이 마련됐습니다.
소속 시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위해 구입한 책들입니다.
[창원시의회 관계자/음성변조 : "의원님들도 이제 다양한 분들을 만나다 보니까, 전반적으로 다 아시면 의정 활동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어떤 책들인지 직접 살펴봤습니다.
아파트 갭투자를 권유하는 재테크 도서부터, 시험 공부 비법을 소개하는 수험서, 심지어 웹에서 유행하는 로맨스 만화까지 있습니다.
[창원시의회 관계자/음성변조 : "제가 걸러야 했는데, 못 걸렀습니다. (담당) 직원이 또 신규다 보니까…. 제목 보고 걸렀어야 했는데…."]
KBS가 정보공개청구로 경남 18개 시·군 의회에서 구입한 의정 참고 도서를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각 시군 의회가 산 책은 모두 5백십여 권, 천9백여만 원이 들었습니다.
책을 가장 많이 산 상위 두 곳은 창원시의회와 양산시의회.
각각 146권과 90권을 구입했는데, 이 가운데 지방의회 운영 관련 도서는 각 9권, 10권에 불과했지만, 시와 소설 등 문학 도서는 각 55권, 28권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습니다.
육아·취미는 물론, 성공·재테크 관련 도서도 각 26권과 14권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언론사가 발간한 책을 구매한 의회들도 많았습니다.
함양과 산청, 거창 등 5개 시·군 의회는 구매 금액의 80% 이상을 언론사 연감 등으로 구입했고, 특히 의원 수가 열 명에 불과한 남해군의회는 한 지역 언론사가 출판한 '인터뷰 기사 모음집'을 110만 원을 들여 65권이나 샀습니다.
[남해군의회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홍보 인터뷰가 하나 들어갔거든요. 그래가지고 좀 구매를 많이 했어요, 저희가…."]
세금으로 목적에 맞지 않는 책을 구입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송광태/창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목적에 부합하는 도서가 구입돼야겠고, 의정 도서 구입 기준을 마련해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경남 기초의회 가운데, 의정 참고도서 구입 관련 세부 기준을 마련한 곳은 없습니다.
KBS 뉴스 김민지입니다.
촬영기자:권경환/그래픽:박부민
김민지 기자 (mzk1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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