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는’ 배달플레이션… 엔데믹 시대의 새 숙제[광화문에서/박선희]

박선희 산업2부 차장 2023. 4. 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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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의문에 빠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전화로 치킨을 주문하면 무료로 배달이 됐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인데, 어디서부터 잘못돼 부담스럽게 오른 음식값에 값비싼 배달료까지 소비자들이 짊어져야 하게 됐을까.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배달 등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조18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628억 원(11.5%) 줄어들었다.

하지만 배달 빈도를 줄인다고 이미 오른 음식값까지 떨어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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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산업2부 차장
요즘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의문에 빠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1km 남짓 떨어진 곳에서 주문해도 배달료가 최소 4000∼5000원씩 붙는다. 치킨 한 마리 가격이 2만 원대 중반으로까지 오른 것도 우울한데 배달비까지 붙으면 3만 원이 넘는다. 전화로 치킨을 주문하면 무료로 배달이 됐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인데, 어디서부터 잘못돼 부담스럽게 오른 음식값에 값비싼 배달료까지 소비자들이 짊어져야 하게 됐을까.

실제로 소셜 분석을 제공하는 바이브컴퍼니 썸트렌드에서 배달비와 관련된 감정어 분석을 해봤더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타났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에서 1년간(2022년 3월 11일∼2023년 4월 10일) 배달비와 관련해 언급된 가장 빈번한 감정어는 ‘비싸다’였다. 그래도 최근 1년 치를 분석하면 배달비와 관련해 가장 높은 감정은 긍정 감정(48%)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이 어려웠을 때 앱 클릭 몇 번으로 맛집을 즐길 수 있었던 배달 문화에 호감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비중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어서 최근 1개월 동안 배달비에 대한 지배적 감정은 부정 감정(55%)이 됐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가장 대표적인 감정어가 ‘비싸다’에서 ‘겁나다’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고물가 시대 배달비가 단순히 비싼 걸 넘어 말 그대로 겁나는 수준이 돼 버렸다는 것이 소셜 분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연히 배달 앱에 대한 반감도 높아지고 있다. 1년간 ‘배달 앱’으로 분석한 감정어 워드맵의 중심 단어는 ‘가능하다’는 중립어였다. 하지만 최근 1개월간 ‘배달 앱’으로 분석한 감정어 워드맵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부정어 ‘욕’이었다.

문자 그대로 ‘욕’ 나올 정도의 반감은 실제 거래액에도 반영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배달 등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조18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628억 원(11.5%) 줄어들었다. 배달 앱을 지우거나 직접 포장을 택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월 국내 주요 배달 앱(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2922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586만 명)과 비교해 18.5% 줄었다.

하지만 배달 빈도를 줄인다고 이미 오른 음식값까지 떨어지진 않는다. 최근 가파른 외식물가 인상에 배달 앱의 수수료 구조 역시 부정적 기여를 했다. 배달비는 소비자와 점주가 같이 부담한다. 점주는 여기에 건당 최대 12%에 달하는 중개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 많은 식당이 배달용 음식값을 매장보다 높게 책정해 왔던 이유다. 이 가격이 결국 다시 매장 가격 추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물가 전반에 악순환으로 작용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25조6783억 원으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9조7365억 원)과 비교해 3배 가까이로 뛰었다. 편리했고, 유용했고, 고마워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배달 문화가 이젠 ‘편리함의 역습’이 돼 돌아왔다. 무섭게 뛴 배달비발(發) 물가 상승을 제한하기 위한 방안은 엔데믹 시대에 맞이한 또 다른 숙제가 됐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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