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기밀 유출, 심각”…김태효 “미국, 악의 없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1일(현지시간) 기밀문건 유출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국방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기밀문건 유출 파문 이후 오스틴 국방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미 국빈방문 조율을 위해 이날 3박4일 일정으로 방미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미국이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이 없다며 미국 쪽 입장을 두둔했다. | 관련기사 3면
오스틴 장관은 이날 미국과 필리핀 외교·국방장관(2+2) 회담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조사하고 (문건 유출 관련) 출처와 범위를 찾아낼 때까지 샅샅이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 6일 문건 유출에 대해 처음 보고받았다면서도 문건이 한 달 넘게 온라인상에 떠돌아다닌 것을 파악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정확히 어디서, 누가 문서에 접근했는지 지금으로선 모른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동맹, 파트너와 이번 사안에 대해 협의해왔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며칠간 동맹, 파트너들과 고위급에서 관여하며 미국 정보 보호와 안보 파트너십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사태 이후 우크라이나 국방·외교장관과 각각 협의했다고도 밝혔다. 유출된 문건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의 봄철 공세 반격 작전에 관한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스틴 장관은 문건 유출로 우크라이나군의 작전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계획과 역량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유출된 김성한 대화 조작됐나” 질문에
김태효 “그 얘긴 구체적으로 묻지 말라”
미국의 도청 대상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국 대통령실이 상당수 문서가 조작됐다고 밝힌 가운데 미 정부는 조사를 통해 문건의 진위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번 기밀문건 유출 파문과 관련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국방부와 법무부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에 도착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미 정부의 도청 의혹에 대해 “현재 이 문제는 많은 부분에 제3자가 개입돼 있으며,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유출된 미국 기밀문건 전체가 조작됐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미 국방부 입장도 있고 현재 (미국)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많은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우리가 섣불리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제 제가 말씀드린 사실은 미국이 확인을 해줬고, 어떤 것이 어떻다 하는 것은 우리도 시간을 갖고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성한 전 안보실장 등과 관련된 기밀문서상 대화가 조작됐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는 “그 얘기는 구체적으로 묻지 말라. 어제 제가 한마디로 했고, 거기에 모든 것이 다 함축돼 있다”고 답했다.
김 차장은 전날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대해 한·미의 평가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측에 어떤 입장을 전달할 계획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전달)할 게 없다. 누군가가 위조를 한 것이니까”라고 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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