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속 화초처럼 아끼고 싶다”…“무실점했으니 고깃집 회식 가자”
마지막 모의고사 잠비아전 직후
골잡이 박은선 향한 찬사이자
부상 관리 중요성 다시 일깨워
‘회식’은 수비 안정 안도감 표현
한국 여자축구의 새 역사를 꿈꾸는 벨호는 이제 마지막 항해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7월 호주·뉴질랜드에서 열리는 2023 여자 월드컵이 바로 그 무대다.
마침 한국은 월드컵을 대비한 모의고사도 완벽하게 마쳤다. 콜린 벨 감독(62·사진)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안방에서 아프리카 잠비아와 맞붙어 모두 승리했다.
월드컵 본선 참가국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81위로 가장 낮은 약체지만 10골 2실점이라는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벨 감독도 “결과도 내용도 모두 날 행복하게 만든다”고 웃었다. 벨 감독은 이제 오는 7월25일 콜롬비아와의 첫 경기만 바라본다. 2019년 10월 한국 여자축구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으로 부임한 그의 노력이 빛을 보려면 남은 3개월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벨 감독의 월드컵 로드맵은 잠비아전 직후 농담처럼 던진 발언들에서 짐작할 수 있다.
벨 감독의 발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역시 베테랑 골잡이 박은선(37·서울시청)을 두고 “온실 속의 화초처럼 아끼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9년 만에 태극마크를 되찾자마자 A매치 2경기에서 3골을 터뜨린 박은선을 향한 찬사이자 월드컵에 꼭 데려가고 싶다는 의지로 읽혔다. 한발 더 나아가면 대표팀의 부상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당장 대표팀은 이번 소집에서 지소연(수원FC)이 지난해 11월 수술받은 발목 부상이 악화돼 결장했고, 최유리(현대제철)와 심서연(수원FC)도 각각 햄스트링과 무릎을 다치면서 건너뛰었다.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난 시간이 긴 이민아(현대제철)와 이영주(마드리드CFF)까지 감안하면 주전의 절반 가까이가 전력 외로 이탈한 셈이다. 다행히 월드컵 본선까지는 시간이 충분하다. 그때까지 부상 선수는 빨리 회복하고, 기존 선수들은 다치지 않아야 한다.
벨 감독이 “클린시트(무실점 승리)를 했으니 고깃집을 가야 한다”고 외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선수들과 회식으로 자축한다는 의미보다는 이제야 수비가 안정을 되찾았다는 안도감에 가까웠다. 지난 4경기 실점이 무려 10골. 이런 수비 불안이 계속된다면 월드컵 호성적은 기대하기 어렵다.
조소현(토트넘)은 “감독님이 실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이런 수비로는 3골씩 넣어야 이기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지 않느냐”며 “조직적으로 더 탄탄해져야 우리가 4년간 달라졌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벨 감독의 바람대로 월드컵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될지 여부는 월드컵 개막 한 달 전인 6월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벨 감독은 국내에서 선수들을 소집한 뒤 한 차례 평가전을 치르며 최종 점검할 예정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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