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해적 듀오’ 함께 날았다

최지만, 2경기 연속 홈런으로 부활
배지환, 9회말 끝내기 3점포 폭발
한국인 최초 ML 동반홈런 새 역사

한국인 빅리그 사상 첫 동반 홈런을 때린 최지만(왼쪽)과 배지환. 피츠버그 트위터

배지환(24·피츠버그)이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팀 동료 최지만(32)은 2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렸다. 말 그대로 빅리그 ‘슈퍼 코리안 데이’였다.

배지환은 1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휴스턴과의 홈경기에 1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7-4 승부의 마침표를 찍는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쳤다.

배지환은 이날 5타수 1안타를 기록했으나 그 안타 하나가 9회 승부를 결정짓는 3점 홈런이었다. 9회말 4-4 동점 상황에서 마지막 타석에 선 배지환은 1사 1·2루의 득점권 기회를 마주했다.

휴스턴의 투수는 500경기 이상 출전 경험을 가진 베테랑 라이언 프레슬리. 배지환은 7구까지 이어진 끈질긴 승부 끝에 시속 142㎞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중간 외야석을 향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었다.

타격 직후 홈런을 직감한 배지환은 배트를 던지며 포효했고, 홈으로 들어오면서는 헬멧을 벗어 던진 채 ‘슬램덩크 세리머니’를 하며 동료들과 기쁨을 만끽했다.

개인 통산 2번째 홈런을 끝내기 홈런으로 장식한 배지환은 홈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배지환은 지난 5일 보스턴과의 원정 경기에서 ‘그린몬스터’를 넘겨 빅리그 데뷔 후 첫 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솟아오른 배지환 피츠버그 파이리츠 배지환(가운데)이 1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4-4로 맞선 9회말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온 뒤 공중으로 솟구치며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피츠버그 | AFP연합뉴스

배지환은 경기 직후 ‘히어로 인터뷰’에서 “꿈을 꾸는 것 같다”며 “앞선 타석에서 못 쳐서 내가 끝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피츠버그에서 뛴 강정호 선배를 보면서 자랐다. 당시 매커천도 (강정호 선배와)함께 뛰고 있었는데, 당시 매커천이 홈런을 치고 슬램덩크 세리머니를 했다”며 “내가 그걸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오늘 해냈다”고 기뻐했다.

히어로 인터뷰를 하던 배지환에게 아이스박스 얼음을 쏟으며 축하를 한 최지만도 이날 2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리며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최지만은 1회 첫 타석부터 휴스턴 선발 크리스티안 하비에르를 상대로 우익수 방면 커다란 2루타를 치며 심상치 않은 컨디션을 보였다.

2-2 동점이던 6회. 선두 타자로 세 번째 타석에 나선 최지만은 풀카운트 상황에서 하비에르가 던진 시속 148㎞ 높은 직구를 그대로 때려 타구를 구장 밖으로 넘기는 대형 솔로 홈런을 쳤다. 최지만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부러진 배트를 마치 ‘해적의 칼’처럼 들고 유쾌하게 흔드는 세리머니를 했다.

최지만과 배지환이 같은 경기에서 동시에 홈런을 때리며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동반 홈런’이란 새 기록을 썼다. 피츠버그는 구단 공식 트위터 계정에 두 선수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최지만과 배지환은 MLB 역사상 처음으로 같은 경기에서 홈런을 친 한국인 동료”라는 소식을 전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