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안전이 우선”…월세 백만원 포기하고 상가 뚫어 통학로 만든 건물주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4. 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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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인후초등학교로 이어지는 통로길. 상가 건물 한가운데에 뚫려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건물주가 임대 수익을 포기하고 동네 어린이들을 위한 통학로를 내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인물은 전북 전주시 인후동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박주현(55)씨로, 그가 운영하는 상가 건물에는 과일가게와 야채가게 사이에 기다란 통학로가 있다.

현재 이 통로는 인근에 위치한 인후초등학교와 아파트 단지 사이에 통학로로 쓰이기도 하고, 인근 주민들의 지름길로 통하기도 한다.

이들 부부가 건물 한가운데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게 된 것은 10년 전 해당 부지에 건물을 세우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주현씨와 아내 김지연씨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들 부부는 당시 주차장이었던 해당 부지에 건물을 짓기 위해 쇠 파이프를 둘러놓았다가, 하루 200~300명의 아이들이 쇠 파이프 밑으로 이동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같은 아이들의 행동을 막기 어려웠던 부부는 “여기를 막아 상가를 세워버리면 아이들은 어떡하나”라는 고민 끝에 상가 내부를 뚫어 통로를 만들었다.

해당 통로는 약 99㎡로, 평수로 따진다면 약 29평에 달하는 넓은 공간이었다. 만약, 이곳을 메워 세를 놓았다면 다달이 100만원가량의 임대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는 곳이었다.

이 길 덕분에 동네 아이들은 차가 지나다니는 이면도로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학교로 갈 수 있게 됐다. 통로 앞뒤로 ‘인후초등학교 가는 길’과 ‘아파트 가는 길’ 푯말도 박 씨가 직접 만들어 붙였다.

박주현 씨는 “하루에도 수백명의 아이들이 이 통로를 지나가는 걸 볼 때면 마음이 뿌듯하다”며 “대전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등 어린이 교통사고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픈데,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날 수 있는 길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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