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난민 지옥될라…사흘새 3천명, 비상사태 선포한 이 나라
“혼란 해소위해 긴급 조치 필요”
6개월간 최소 500만유로 투입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과 미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난민 급증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비상사태는 향후 6개월간 지속될 예정이며, 대응을 위한 초기 자금으로 500만 유로(약 72억 원)가 투입된다. 불법 난민을 수용할 시설과 추방에 필요한 행정력 확보에 자금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정부는 성명을 통해 “(난민 유입에 따른)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긴급하고 특별한 조치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체류 자격이 없는 이민자들의 처리·송환과 더불어 피난처로서 적합한 새로운 시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로 유입된 이주민들의 규모는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올들어 이탈리아로 유입된 이민자들의 수는 약 3만 13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약 7900명)보다 약 4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최근 사흘새 3000명 이상의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이탈리아 당국엔 비상이 걸린 상태다. 가령 북아프리카 대륙과 가까운 이탈리아 최남단의 람페두사섬에는 지난 9일 하루에만 약 1000명의 난민이 상륙했다. 현재 람페두사섬의 이주민 수용소에 체류하는 난민의 수는 약 2000명으로 수용 정원(350명)을 크게 넘어선 상태다.
난민 유입 급증 배경으로는 따뜻한 날씨와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이 많이 경유하는 튀니지의 반이민 정서가 있다. 올해 초 겨울 기온이 예년보다 높은데다 바람도 잔잔해서 리비아·튀니지 등 북아프리카에서 출발하는 이주민들이 지중해를 건너기 수월해졌다. 아울러 지난 2월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이 노골적인 이민자 혐오 발언을 내놓는 등 튀니지 주민들 사이에서 반이민 정서가 심해지자 이탈리아행 선박에 몸을 싣는 난민들의 수도 크게 늘었다. 유엔난민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탈리아로 유입된 난민 가운데 약 58%가 튀니지에서 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 비율은 31%에 불과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지난달 밀입국 브로커에 최대 징역 30년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몰려드는 이민자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어서다. 넬로 무수메치 시민보호·해양부 장관은 비상사태 선포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우리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다”라며 “유럽연합의 책임감 있는 개입 없이는 이주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EU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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