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17년 방치된 폐스키장…재개발만 기다리다 망가진 '백두대간'

박지영 기자 2023. 4. 1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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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 진부령의 한 스키장이 문 닫은 지 17년 동안 방치돼 있습니다. 마치 공포영화에 나오는 폐허처럼 변해있다고 하는데요. 이 일대는 정부가 백두대간을 지키기 위해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입니다.

밀착카메라 박지영 기자입니다.

[기자]

백두대간의 줄기가 위엄을 뽐내는 곳, 강원도 진부령 마산봉입니다.

금강산 1만2천 봉우리 중 하나인데,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합니다.

이곳에 들어섰던 스키장은 30여 년간 영업을 하다 지난 2006년 문을닫았습니다.

길을 가다보면 이렇게 문을 닫은 스키 렌털숍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낡은 간판과 스키용품들이 이곳에 스키장이 있었다는 걸 알려주지만, 지금은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스키장은 영업을 멈춘 이후 17년 동안 방치됐습니다.

원래 이 건물은 스키장 리프트로 사용되던 곳입니다.

여기서 사람들을 슬로프 높은 곳까지 데려다주는 건데, 지금은 시설물이 모두 철거되며 이렇게 땅이 훼손됐습니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건 물론, 나무들도 모두 말라비틀어져 있습니다.

리조트로 쓰던 건물은 흉가처럼 변했습니다.

[전정현/주민 : (스키장 있을 땐) 좋았죠. 많이 오고…지금은 폐허가 돼버리고 없지만… 참 답답합니다. 우리 마을에서도.]

강원도 진부령 일대는 스키장 부지를 빼면 대부분 보호구역으로 지정돼있습니다.

백두대간의 경관과 산림,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섭니다.

지도를 보면, 커다란 백두대간 보호구역 안에 스키장이 있던 자리에만 구멍이 뻥 뚫려있습니다.

지난 2005년 보호구역이 지정될 당시 이미 스키장이 들어서 있는 상태였고 또 개인 땅이 대부분이라 강제로 편입시킬 수 없었던 겁니다.

지난 2006년 스키장이 문을 닫은 뒤에도 이 지역에 골프장이나 풍력발전소를 짓겠단 개발 계획들이 나왔는데, 모두 무산됐습니다.

[정형근/주민 : 6번인가 7번 다른 업체로 (땅이) 자꾸 넘어간 거야. 그러다 폐허까지 간 거예요.]

그러는 사이,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자연복원은 더뎌졌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이 지역은) 생태계가 양호하고 민감해서 단순히 (나무를 심어) 토사 유실을 방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본격적인 생태 복원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2년 전 산림청 조사에서 이곳은 백두대간에서 복원가치가 가장 높은 곳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토착식물이 집중적으로 살고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장 예산이 문제입니다.

[정의경/동부지방산림청 양양국유림관리소 : 복구도 전 면적을 하기엔 부담이 가는 돈이었는데, 복원은 다 못 할지도 모르고 필요한 구간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나마 최근 정부가 소유한 땅에 나무를 조금 심긴했지만, 옛 모습을 찾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진 알 수 없습니다.

조금만 더 빨리 복구가 시작됐다면 지금쯤 이 땅엔 푸른 새싹과 나무가 자라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개발만 찾다 사라진 백두대간 마산봉 자락의 잃어버린 17년은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요? 밀착카메라 박지영입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정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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