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집권당 대선 후보 라이칭더 확정… “차이잉원보다 더한 反中파”
반중(反中) 성향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이 내년 1월 대만 총통(대통령) 선거의 후보로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 겸 민진당 주석을 공식 지명했다. 라이칭더는 대만에서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보다 더한 반중파”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차이잉원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로 인정 받아 지난달 민진당 총통 후보로 단독 입후보했다.
12일 라이칭더는 후보 확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만 미래 향방을 결정할 내년 대선은 민주 체제의 지속, 후손들의 행복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정에도 영향을 끼친다”면서 “자유 민주를 누리는 현재를 지키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만 사회에서는 사실 ‘통독(統獨·양안 통일과 대만 독립) 문제(논쟁)’가 없으며, 민주(民主)만이 대만 국민들의 최대 공감대”라고 강조했다. 최근 차이잉원의 방미와 국민당 출신 마잉주 전 총통의 방중도 언급하며 “마 전 총통은 과거의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원칙 프레임으로 돌아간 반면, 차이 총통은 민주의 길에서 세계와 미래로 나아갔다”고 했다.
라이칭더는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두 살 때 아버지가 사고로 사망해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려운 형편에도 ‘수재’ 소리를 들었던 그는 대만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공보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내과의사 생활을 하다가 1994년 정계에 입문했다. 입법위원(국회의원 격) 4선에 성공했고, 2010년부터 7년간 타이난 시장을 맡았다. 업무 수행을 위해 차로 이동하던 도중 교통사고 현장에서 부상자를 구한 일화도 있다. 2017년에는 행정원장(국무총리 격)에 올랐고, 지난 1월 15일에는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차이잉원에 이어 민진당 주석에 올랐다.
라이칭더는 차이잉원보다 반중(反中)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개적으로 대만이 주권 국가이고, 중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대만을 제 2의 홍콩, 제 2의 티베트로 만들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온두라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만났다. 이에 반발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를 ‘대만 독립을 위한 실무자’라고 비판하며 “대만 독립 강경론을 완고하게 고집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라이칭더가 총통 자리에 오르게 될 경우 대만의 미·일 협력이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 전인 2019년 라이칭더는 5일간 일본을 방문해 노다 요시히코, 모리 요시로, 가이후 도시키 등 역대 전 총리들을 만나며 일본 정계와의 유대를 과시했다. 대만 단장(淡江)대 왕카오청(王高成) 교수는 “라이칭더는 미국, 일본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차이잉원의 외교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중국에 우호적인 국민당에서도 후보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주리룬 국민당 주석은 11일 국민당 계열 싱크탱크 행사에 참석해 “이미 (선거) 준비가 끝났다”고 했다. 그는 “당 내에서 후보에 대한 의견 일치가 이뤄졌고, 적절한 시기에 후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대만 언론들은 국민당 관계자를 인용해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폭스콘의 궈타이밍 창업자도 지명될 가능성이 낮게나마 있다고 전했다.
내년 1월 13일 실시될 대만 총통 선거는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지난해 11월 민진당의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국민당 후보가 대선에서 유리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 미·중이 대만 대선을 두고 대결하고, 대만 정치 지형이 요동치면서 상황은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다. 대만 TVBS 방송은 지난 8일 대만 총통 선거 지지율 조사 결과 라이칭더가 39%로 허우유이(25.5%), 커원저 전 타이베이 시장(17.1%)을 앞섰고, 무응답이 18.4%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라이칭더, 궈타이밍, 커원저가 맞붙을 경우에도 라이칭더의 지지율이 38.7%로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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