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다카시 "최근 가장 마음에 드는 전시... 한국 관람객에게 감사"

최승희 기자 2023. 4. 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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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무라카미 다카시 아티스트 토크
참가신청 몰리면서 행사 규모 확대
작가 "뉴진스 만나고파" K팝 애정도

12일 오후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3층 무대로 기이한 모자를 쓴 60대 남성이 올라왔다. 안경 낀 얼굴 인형을 3단으로 쌓은 모자의 주인은 세계적 팝아트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회고전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 좀비’의 연계행사로 마련된 아티스트 토크에는 260여 명의 팬이 찾아와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12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무라카미 다카시 아티스트 토크’에서 무라카미 다카시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승희 기자


 이번 행사는 순전히 작가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부산시립미술관 기혜경 관장은 “무라카미 다카시가 전시 연장 조건으로 딱 하나, 아티스트 토크를 요청해왔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무라카미 좀비’는 애초 지난달 12일 폐막할 예정이었으나, 역대급 관객몰이에 힘입어 이례적으로 전시 기간을 한 달 더 연장한 바 있다. 지난 11일 기준 누적 관람객은 13만6565명이다.

 전시장의 열기는 아티스트 토크까지 이어졌다. 참가 접수 과정에서부터 뜨거웠다. 참가 시민 100명을 모집하는 접수가 5분 만에 금세 마감됐다. 놀란 미술관은 100명을 더 받기로 했고, 행사장을 미술관 1층 대강당에서 벡스코 오디토리움으로 옮겼다. 무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추가 희망자 등 260여 명이 홀을 가득 채워 작가의 말에 귀기울였다.

 부산시립미술관 정종효 학예연구실장이 진행한 아티스트 토크는 ▷세션1 도브에서 좀비까지(from DOB to Zombie) ▷세션2 무라카미 다카시의 철학 ▷현장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그동안의 주요 작업과 제작되는 과정, 예술가로서 철학 등을 특유의 유머와 다소 엉뚱한 대답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주고 박수를 받았다.

12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무라카미 다카시 아티스트 토크’에 관객 260여 명이 참여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최승희 기자


 관객과 먼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그는 “많은 한국 관람객이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최근 수년간 전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큐레이션이다. 전시가 이번 주에 끝난다니 너무 아쉽다. 더 많은 관람 부탁드린다”고 마음을 전했다.

 작가는 예술계에도 넓고 또 깊게 파장을 일으키는 인공지능(AI)에 관해 말을 꺼냈다. 그는 “예술에 있어 큰 변환점이 지난 3월 일어났다. 바로 챗GPT-4.0의 등장이다”고 진단했다. 작가는 “챗GPT가 나타난 순간 모든 것이 시시해졌다. 인류가 오랜 시간 축적한 것이 순식간에 일반화되고, 나의 작업은 여러분들도 버튼 몇 번만 누르면 가능해지지 않았나 싶다”며 “나 역시 이미 작업의 3분의 2를 AI로 영상과 사진의 입체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바심이 난다는 그는 변화를 선택했다. 작가는 “그동안 보여준 작업과 다른 풍경을 최근에 많이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인 아티스트에게는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강조했다. 신인 작가라고 소개한 관람객이 한 마디를 요청하자 그는 “본적도 들어본적도 없는 발상이 중요하다. 자기 안에 숨겨져 있는 애매모호한 것을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굉장한 이미지를 떠올린다는 것, 지금의 인간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자칫 분열증에 이를 수도 있다. 고흐가 그랬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잇는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앞으로의 아티스트에게 중요한 일인 것 같다”고 조언했다.

12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무라카미 다카시 아티스트 토크’에서 무라카미 다카시가 2부 세션을 맞아 모자를 바꿔썼다. 최승희 기자


 무라카미 다카시는 2시간여의 아티스트 토크 중 K팝에 관한 관심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한국 관람객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뉴진스의 팬이다. 한번 만나게 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언제 행복하냐’는 관객 질문에 작가는 부산시립미술관 전시장 안쪽 작은 인물화를 언급했다. 그는 “눈에 안 띌 지 모르겠지만, 전시장 안쪽 ‘프란시스 베이컨에 대한 오마주’ 작품 구간에 작은 인물화가 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그렸다. 꼭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고전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 좀비’는 오는 16일 폐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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