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의혹 공방장 된 외통위… 野 “비굴” 與 “발표 존중”

김승환 2023. 4. 1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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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야당 위원들은 도청 의혹에 대한 정부 대응이 "비굴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고, 정부·여당은 "유출된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대통령실 발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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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박진에 “선의로 도청 하나”
朴 “사실 확인이 가장 중요한 시점”
이문희 출석 여부 놓고도 신경전
野, 13일 ‘대통령실 졸속이전’ 토론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뒤통수를 맞더니, 이번엔 한·미 정상회담을 하지도 않았는데 코뼈가 부러진 것 아니냐.”(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

“이게 확인된 게 아니라 다 거짓말이라는 거 아닙니까. 구체적인 확인도 안 됐는데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정치공세로 삼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국민의힘 김석기 의원)

박진 외교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가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야당 위원들은 도청 의혹에 대한 정부 대응이 “비굴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고, 정부·여당은 “유출된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대통령실 발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미국이 악의를 갖고 도청했다는 정황은 없다’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발언을 언급하며 박진 외교부 장관을 향해 “선의로 도청하는 경우도 있냐”고 따졌다. 박 장관은 이에 “뭐라고 논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만 했다.

김 의원은 “국가 안보에 대형 구멍이 뚫렸다. 주권국가로서 불법 도청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진상 규명·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할 판국에 지금 정부의 태도가 어떻냐”며 “대통령실 반응은 정말 비굴하기 그지없다.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이에 “대통령실 발표 내용을 존중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며 “지금은 사실 확인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답했다.

여야는 이날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출석 여부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이 전 비서관은 이번에 유출돼 논란이 된 문건 내 우크라이나 무기 우회 지원 관련 대화 당사자 중 한 명이다. 야당 간사인 이재정 의원은 “이 전 비서관이 외교부로 돌아와 국립외교원에 있다”며 “사실 확인을 위해 주요 당사자 중 한 명인 소관기관 공무원이 출석 요구에 협조하지 않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반차를 썼다고 한다. 이 의원은 이를 두고 “현안에 중대한 증인을 누군가 빼돌린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여당 간사인 김석기 의원은 이에 “지금 (증인을) 불러오라고 하면 회의가 되겠냐”며 “증인·참고인을 여야 합의 없이 바로 불러온 경우는 없었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는 연일 미국 도청 의혹에 대한 공세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동맹의 핵심 가치는 상호존중과 신뢰”라며 “공동의 이익을 위해 힘을 모을 때는 모으더라도 친구의 잘못은 단호하게 지적하는 게 성숙한 동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청 의혹이 일파만파인데 정부는 의혹 규명보다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틀어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정부는 도청 의혹 실체를 낱낱이 파악하고 사실이라면 미국 정부에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며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을 서두를 것이다. 대통령실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조치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13일 국회에서 ‘용산 대통령실 졸속이전 1주년’ 토론회도 연다. 이번 도청 논란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실 이전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토론회에선 저서를 통해 역술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결정 개입설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도 발표할 예정이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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