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3국 개입” 중대 사안 인식에도… 韓 “악의 없어” 진화 급급

곽은산 2023. 4. 1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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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12일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청 의혹 사태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제3국이 개입했다는 판단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이날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출국 전 기밀 문건이 조작됐다는 발언에 대한 후속 질문에 "미국 국방부의 입장도 있고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많은 것이 혼돈스러운 상황에서 우리가 섣불리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제가 말씀드린 그 사실은 미국이 확인을 해줬고 우리도 시간을 갖고 기다려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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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의혹 대응 韓·美 온도차
“상당수 문건 조작” 입장만 재확인
당국 ‘美 눈치 보기’ 지적 불가피
美선 기밀문서 유출 사실상 인정
“6일 보고받아… 동맹과 긴밀 협력”

대통령실은 12일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청 의혹 사태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제3국이 개입했다는 판단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상당수 문건이 조작됐다”며 사태 진화에 주력했다. 그러나 “미국의 악의가 없었다”는 대통령실 입장과 달리 미국은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유출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어 한국 정부가 이렇다 할 대응을 내놓지 못한 채 미국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미 정보당국 기밀 문서 내용을 위조로 판단한 근거에 대해 “우리는 (내부 평가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고 미국이 조사를 해서 중간에 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중간 조사 결과를 각 나라에 비공개로 알려준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대통령실에서 연일 제기하는 제3국 개입 가능성이 미국 판단인지에 대해서도 “미국이 (조사해) 공유한 것”이라고 답했다.
답변하는 박진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서상배 선임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도 “상당수 문건이 조작된 것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지금 진상을 파악하고 있어서 그것이 파악되면 한·미 간 정보를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일정 등을 조율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역시 1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유출된 기밀 문건이 위조됐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차장은 이날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출국 전 기밀 문건이 조작됐다는 발언에 대한 후속 질문에 “미국 국방부의 입장도 있고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많은 것이 혼돈스러운 상황에서 우리가 섣불리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제가 말씀드린 그 사실은 미국이 확인을 해줬고 우리도 시간을 갖고 기다려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는 “현재 이 문제는 많은 부분이 제3자가 개입이 돼 있고,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지금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문건에 나온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의 대화가 조작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묻지 말라”고 했다. 관련된 질문이 이어지자 “같은 주제로 물어보려면 저는 떠나겠다. 됐습니까”, “다른 주제로 물어보세요. 갑니다”라고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AFP연합뉴스
반면 미국 국방부는 문건 유출 시점을 확인하고, 기밀 문건 유출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미국과 필리핀의 외교·국방부 장관 간 2+2 회담 직후 공동회견에서 “우리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필리핀과의 회담 직후 공동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기밀 문건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선제적으로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 6일 민감한 기밀자료의 무단 유출에 대한 보고를 처음 받았다”며 “이후 대응책 마련을 위해 매일 고위 간부들을 소집했고, (진상 파악을 위한) 부처 간 노력에 대해서도 긴급한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이번 기밀문건 유출 파문과 관련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매우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곽은산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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