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복의 백세시대 음식보감] 쑥쑥 자라는 쑥, 동서양 대표 약초
드디어 따뜻한 기운이 완연한 봄이 돌아왔다. 이맘때면 통영의 도다리 쑥국이 생각난다. 도다리와 함께 들어가는 쑥은 여러해살이 풀이다. 쑥은 마늘과 함께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데 그 만큼 유구한 세월동안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함께한 풀이다.
예전에 히로시마 원폭투하 이후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이 쑥만은 어김없이 싹을 피웠다는 이야기를 보면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약초임에 틀림없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체르노빌은 현지어로 쑥을 뜻하는데, 쑥이 많이 자라는 지역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리고 1986년에 정말로 쑥대밭이 되었다.
쑥은 '쑥쑥' 잘 자란다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정말 쑥은 어디서나 어떤 환경에서도 쑥쑥 잘 자란다. 여러 가지 효과를 나타내서 쑥은 의초(醫草)라고도 불리는데, 한방에서는 쑥을 '애엽(艾葉)'이라 하여 쑥의 잎을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쑥 애(艾)자의 초두 머리 밑의 글자를 '열 십(十)'이라 풀이하여 '열가지 병을 고치는 약초'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조선 고종 때 혜암(惠庵) 황도연(黃度淵) 선생이 지은 '방약합편(方藥合編)'에는 '쑥의 성질은 따뜻하고 나쁜 기운를 몰아내고 임신 중 출혈과 심통에 가해 써도 좋다'라고 기록돼 있다. 쑥은 그 성질이 따뜻하여 몸속의 찬 기운을 쫓아내고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통증을 완화시킨다고 알려져 왔다. 특히 아랫배가 차서 생기는 복통이나 소화불량과 여성들의 생리통, 생리불순 및 냉대하 등의 부인병에도 중요한 약재로 쓰인다. 또 진하게 달인 물을 습진과 옴 등의 피부질환에도 외용약으로 쓴다.
과거 민간에서는 집을 새로 옮길 때, 귀신을 몰아내며 사기(邪氣·나쁜 기운)를 쫓아내는 목적으로 쑥을 태워 연기를 피우곤 했는데, 실제로 실험 결과 쑥 연기가 포도상구균, 대장균, 녹농균 등을 사멸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옛 선조들의 높은 안목이 놀랍다.
또 쑥은 지혈작용에 특효가 있다. 상처가 생겨 피가 나올 때 쑥의 생잎을 비벼서 상처에 붙이면 당장에 피가 멎는다. 이 같은 지혈작용을 이용한 처방으로 치질 출혈과 임신중 자궁 출혈에 쑥을 달여서 복용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약리학적으로도 쑥에는 칼슘과 철분이 풍부하고 쑥에서 나는 독특한 향기의 '치네올' 성분이 장에서 염증과 암을 유발하는 유해한 균의 성장을 막고 면역력을 키워주는 유익한 균의 기능을 도와 장을 튼튼하고 깨끗하게 한다고 밝혀졌다.
서양에서도 쑥을 신성한 약초로 여겼으며, 고대 로마인들은 오랜 여행으로 아픈 다리를 쑥으로 치료하거나 배탈 방지의 목적으로 음식에 넣어 먹기도 했다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는 유명한 약초라고 하겠다. 그 밖에도 말려서 곱게 간 쑥을 뭉쳐서 뜸을 뜨기도 하고, 쑥물을 욕조에 넣고 목욕을 해도 좋다. 흔히 치질이나 냉대하가 있어 좌욕을 할 때나, 항문이나 질 쪽에 연기를 쐬는 좌훈(坐燻)요법에서도 쑥이 빠지지 않고 단골로 쓰인다.
흔히 식용으로 하는 갓 돋아난 쑥의 싹은 무독하지만, 약재로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 자란 성숙한 쑥을 쓰는 것이 좋다. 뜸쑥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묵은 쑥으로 만든 것이 좋다.
특히 서해안의 바닷가에서 해풍과 운무(雲霧)를 맞혀 숙성시킨 인천 앞바다의 자월도 쑥과 강화도 쑥이 부드럽고 약효가 좋다. 그러나 목욕 재료나 외용제의 경우엔 향이 강한 해쑥을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주의해야 할 점으로 쑥은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에 몸이 냉한 사람들에게 적합하며, 더위를 많이 타거나 열이 많은 분들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없다. 흔히 주독을 푼다고 알려진 인진쑥(사철쑥)은 앞서 언급한 일반적인 쑥과는 성질이 다르다. 간장과 담(膽)에 열과 독소가 쌓인 사람이 아닌 경우에 함부로 먹으면 건강을 해칠 우려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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