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0시간’ 근로기준법, 필수 생활시간 확보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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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한 학생이 손을 들어 '기준'이라고 외치면, 나머지 학생들은 그 기준 학생을 중심으로 줄을 맞추어 선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의 기준을 그렇게 단축하면서 발전한 것이다.
근로시간의 기준은 우리의 생활시간을 확보하는 것이고, 그것이 현재 1주 40시간이라는 기준을 근로기준법에 정한 이유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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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방준식 | 영산대 법학과 교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한 학생이 손을 들어 ‘기준’이라고 외치면, 나머지 학생들은 그 기준 학생을 중심으로 줄을 맞추어 선다. 나머지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울 수 있는 것, 기준이란 그런 것이다.
반세기 전,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면서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외쳤던 것도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한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한 것이고, ‘근로기준’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그 이상을 요구할 수 없는 것, 근로기준이란 그런 것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근로시간의 기준은 ‘1주 48시간’이었다. 1989년 개정하면서 ‘1주 44시간’으로 단축했고, 2003년 다시 개정하면서 현재의 근로기준법이 기준으로 정한 ‘1주 40시간’을 완성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의 기준을 그렇게 단축하면서 발전한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주 69시간 근로를 제안했다고 한다. 즉, 1개월을 단위로 하면 3주를 매주 69시간씩 일하고 마지막 1주를 쉰다는 계산이다. 대략 법정휴일 1일을 제외하고 주 6일로 계산하면 아침 9시 출근해서 휴게시간 2시간을 제외하고 저녁 10시 또는 11시 퇴근이 된다. 아이의 양육이든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이든 퇴근 이후의 생활은 거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과중한 일과 스트레스로 인해 과로사의 위험도 커진다.
물론 주 69시간을 필요로 하는 업종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업종이 근로시간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업종은 ‘시간’으로 계산해 일을 시키지 말고 ‘사람 수’를 늘려 일을 시키면 안 될까?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능력 있는 근로자를 추가로 고용한다면 고용보험법상 고용장려금도 받을 수 있고 ‘일자리 나누기’의 요구에도 부합할 것이다.
주 69시간을 일 시키면서 임금을 대신해 휴가를 주는 것이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상 기준이 되는 40시간에 12시간을 연장근로하고 17시간이나 일을 더 시키면서 그 시간에 대한 임금을 주는 대신에 휴가를 주는 것이 과연 근로자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현재도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제도를 사용하면 1년 개근에 최소 15일의 휴가가 가능하고, 근속연수 20년이면 25일의 휴가까지도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연차휴가마저 하루하루 쪼개서 사용하거나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주 69시간 근로에 따른 1주 휴가를 오롯이 누릴 수 있을까?
우리 근로자들은 이제 하루하루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을 바란다. 일이 삶의 전부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우리는 하루의 일에서 벗어나 아이를 양육하거나 가족과 함께 하는 가정생활 그리고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봉사활동 등 사회생활을 하기를 원한다. 근로시간의 기준은 우리의 생활시간을 확보하는 것이고, 그것이 현재 1주 40시간이라는 기준을 근로기준법에 정한 이유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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