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난 겪는 여야, 내년 총선 앞두고 전직 대통령 '어게인'?

박준우 기자 2023. 4. 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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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총선을 1년 가까이 앞둔 시점에서 전직 대통령들의 존재감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여야 대표 모두 리더십에 위기를 맞은 상황이죠. 그렇다고 총선을 함께 이끌어갈 마땅한 인물도 없다는 게 중론인데요. 양당 모두 전직 대통령들이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있을지에 관심을 모으는 분위기입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총선이 앞으로 딱 1년 정도 남았습니다. 이 시점에 여야 양쪽에서 각각 주목을 받는 인물들이 있는데요. 전직 대통령 2명입니다. 각자의 영문 성을 딴 이니셜, 한 명은 P, 다른 한 명은 M인데요. 합쳐서 '2PM'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두 사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정치권에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죠.

먼저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 어제 대구 팔공산의 동화사를 찾았습니다. 지난해 3월 대구 달성군 사저에 입주한 이후 1년여 만의 공개 외출인데요. 운동화와 가벼운 흰색 재킷 차림에 특유의 올림머리를 하고 등장했죠. 오랜만의 공개 활동 소식에 동화사 앞에는 300여명의 환영 인파가 몰려들었는데요. 지지자들의 응원 메시지에 웃으며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방문은 동화사 의현스님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하는데요. 의현스님이 대한불교조계종 팔공총림 제2대 방장으로 추대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고 합니다.

[의현/동화사 큰 스님 (어제) : 박근혜께서 우리 겨레의 성지이고 우리 겨레의 희로애락을 같이한 이 팔공 성지에 왕림해 주신 것을 우리 대구 불자님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환영해 마지않습니다.]

두 시간 반 가까이 동화사에서 머무는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는데요. 다만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수감 생활을 위로하는 발언이 나왔을 때는 잠시 표정이 굳기도 했습니다.

[의현/동화사 큰 스님 (어제) : 문재인 정부는 수십 명, 수십만 명, 수백만 명이 그냥 비선실세입니다. 우리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하신 게 없습니다.]

이번 공개 활동, 지난해 5월 대구 지방선거 사전 투표에 참여한 것 이후로는 처음인데요. 크게 정치적인 발언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의 활동 재개 시점이 공교롭게도 정확히 22대 총선 D-365일이었죠. 다만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며 선을 그었는데요.

[유영하/변호사 (어제) : 그동안 건강이 좀 안 좋으셔서 외출을 자제하셨다가 오랜만에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동화사를 방문하셨는데 {총선 딱 1년 앞둔 시점이거든요.} 그 얘기는 안 하겠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른바 박근혜 사단의 총선 출마설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죠.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우병우 전 정무수석 등이 거론되는데요. 이런 소문에 더해 딱 총선 1년 전이란 절묘한 타이밍까지 겹치면서 마냥 비정치적으로만 보기에도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윤태곤/더모아 정치분석실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근데 지금 보면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최경환, 우병우 이런 분들이 명예 회복 이야기하면서 출마를 하니 마니 이런 이야기가 들려요. 국민의힘에서 그분들 공천 주기는 어려울 거고, 그리고 무소속 나가면서 박 (전) 대통령 업고 나오려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다음 주중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만날 것이란 사실도 알려졌죠.

[유영하/변호사 (어제) : (김기현 대표) 보좌진들도 있고 실장님 계시니까 연락을 해서 아마 날짜가 정해지면 대표실에서 언론한테 알리지 않겠나,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김 대표가) 다음 주쯤 아마 방문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이번 만남은 김 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김 대표 측은 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최근 지도부의 잇따른 실언과 사랑제일교회 목사 전광훈 씨를 둘러싼 잡음으로 인해 여러모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죠. 지지율 하락이란 위기를 타개하고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해 김 대표가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때 '선거의 여왕'으로 통했던 박근혜 파워, 끊을 수 없는 약이었나 봅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박근혜 사단의 기호 2번 총선 출마도 열어놓고 생각하는 분위기입니다.

[성일종/국민의힘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당선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제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 아니겠습니까? {지금부터 무조건 된다, 안 된다 이렇게 답을 낼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정당은 모든 것을 다 열어놓고 가는 거니까요.]

하지만 비윤계에서는 김 대표를 두고 '벤자민 버튼'이란 쓴소리를 내놨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인데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표심을 잡아야 하는 마당에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유승민/전 의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저는 김기현 대표가 지금 가야 할 변화의 방향하고는 좀 거꾸로 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전광훈 목사 그거 하나만 하더라도 점점 극우화되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걱정들 많이 하고 국민들께서 '그거 진짜 보기 싫다' 그러시는데 김기현 대표가 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그렇게 하는지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유 전 의원, 한편으론 김 대표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심정을 조금은 이해하는 듯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 최근 30%대 초반에 정체돼있죠.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당 지도부를 온통 윤심 인사로 채운 결과가 정부·여당의 지지율 동반 하락이라고 봤는데요. 이대로 가면 윤석열이란 이름을 걸고 내년 총선을 치르기는 어렵다고 전망했습니다. 구원투수가 절실한 상황이란 얘기죠. 오죽하면 김 대표가 전직 대통령을 찾았겠냐는 겁니다.

[유승민/전 의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가 지금과 같이 30%에서 왔다 갔다 하고 또 우리 여론조사에 보면 야당 뽑겠다는 국민들이 훨씬 많고 이 상태가 계속되면, 그러면 당은 무슨 다른 대안이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이 지도부, 이 지지도로 어떻게 총선을 치르겠습니까? 이대로 가면 총선 참패입니다. 윤석열 정부 5년 내내 식물정부입니다.]

정치권에선 정부·여당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오히려 박근혜 씨에게 먼저 손절을 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죠. 총선 때 기호 2번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박근혜 신당을 창당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김두관/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저는 윤석열 정부가 국정을 제대로 못 하면 충분히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하는 사람들이 당을 만들 수 있다. 이미 조원진 의원은 우리공화당인가 이렇게 해서 만들어져 있는 당도 있고 거기에 힘을 보태주실 수도 있고 또 새롭게 총선 즈음해서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정치권에서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던데요?]

반대로 야당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존재감이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지난 4·3 추념식 때 잠시 모습을 드러냈죠. 다만 전언 정치 논란을 의식한 듯 당분간 정치인은 만나지 않겠다며 다시 잠행에 들어갔는데요.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지난 4일) : 그리고 정치인들을 안 만나시려고 하는 건 아마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에 있었던 이런 메시지를 두고 중구난방 이야기 나오는 거, 저는 이것도 좋은 일이 아니라고 저도 생각을 합니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문 전 대통령을 가만히 두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문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가 다음달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평산마을의 일상을 공개하고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인간 문재인을 살펴보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문재인입니다' 예고편 (유튜브 '전주국제영화제') : {자연이 좋은 분이죠. 할배시죠. 답답할 때도 많죠. 노잼이라고 그렇죠.} 나는 원래 일하는 것보다 노는 걸 좋아합니다.]

잊힌 삶을 살고 싶다던 문 전 대통령의 재소환 배경, 여기엔 이재명 대표가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여당의 상황과 데칼코마니라고 봐야 할까요?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석 자가 거론되는 게 윤 대통령 탓이라면 반대로 문재인의 주가 상승도 이 대표 탓이란 논리입니다.

[윤희숙/전 국민의힘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어제) : 뭔가 상식적이지 않잖아요, 둘 다. 아니, 그러니까 저는 국민의힘 당원이니까 국힘 욕을 더 하면 안 되는데, 민주당은 지금 이런 얘기 하기도 식상할 정도로 모든 초점이 방탄에 맞춰져 있는 상황으로 지금 시간이 벌써 작년 여름부터 지금 1년 가까이 이렇게 끌고 오고 있는 거고…]

이 대표 취임 이후 민주당은 줄곧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죠. 어제도 외신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이 연이어 나왔습니다. 이 대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기자 (어제) : 대표님의 측근 중에서 다섯 분이 지금까지 사망했습니다. 저희가 이재명이라는 인물을 위험인물로 봐야 할까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제 주변의 분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그것도 본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유명을 달리한 점에 대해서는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저는 그들의 사망에 대해서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는 상태입니다.]

[기자 (어제) : 성남시장 하셨을 때 당시 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기소한 바 있는데 그 부분에 관한 대표님 입장이…]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외신 기자회견에서 이런 질문과 답을 해야 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수치스럽다고나 할까, 그렇습니다. 집안의 문제는 가급적이면 집안에서 해결하는 게 좋은데, 그렇게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민주당의 현주소도 여당과 엇비슷한 셈입니다. 이재명이란 이름만 내걸고 총선을 치르기에는 불안한 실정인데요.

[김두관/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저는 이재명 대표 단독으로만 총선을 치르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재명 대표 없는 총선은 사실 상상하기 좀 어렵다고 보거든요.]

자, 오늘은 전직 대통령 P와 M 2명에게 '줌 인'해봤습니다. 여야 모두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왜 두 사람이 재조명을 받는지 스스로 되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2PM의 노래로 대신하겠습니다.

"Again & Again & Again & Again 너에게 자꾸 돌아가 (I'm going back to you) 왜 그런지 몰라 (몰라) 왜 그런지 몰라 (몰라)"
- Again & Again / 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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