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대신' 갚아주는 신용보험, 특약·핀테크 제휴로 활로 모색
기사내용 요약
신용보험, 고금리·전세대출사기 대안으로 부각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글로벌 보험사인 BNP파리바 카디프생명이 2002년 한국 진출과 함께 신용생명보험을 선보인 지 21년 만에 해당 상품이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고금리 대출과 전세사기 등에 대해 사회안전망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하지만 이 상품의 원활한 판매를 위해 금소법 개정 등 남은 과제가 산적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BNP파리바 카디프생명은 신한은행과 함께 지난해부터 새희망홀씨대출 이용자를 대상으로 신용생명보험인 '신한은행대출 안심플랜'을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 신용생명보험을 출시한 KB라이프생명은 KB국민은행과 제휴해 가계신용대출을 받은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KB신용생명보험 부가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신용보험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가 우발적인 사고로 채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보험사가 미상환 대출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해진 조건에 따라 상환해 주는 보험 상품이다. 신용생명보험은 사망·장해·질병 등의 사고를 보장하고 신용손해보험은 재해사망·장해·질병·재산상손해·실업 등을 보장한다. 현재 국내엔 신용생명보험만 출시된 상황이다.
BNP파리바 카디프생명은 국내에서 이 상품을 알리기 위해 20년 넘게 홀로 분투해 왔고 유일하게 관련 특약을 보유하고 있다. 주로 방카슈랑스(은행창구 전용 상품) 채널을 통해 이 상품을 판매해 왔다. 하지만 방카슈랑 채널을 통한 판매는 '금융소비자보호에관한법률'상 일명 '꺾기'(행원이 대출을 대가로 예금·보험 가입 등을 권유하는 행위)로 불리는 불공정영업행위로 간주될 여지가 있어 판매고가 오랫동안 미진한 수준에 머물렀다. 현재에도 이 회사 신용생명보험 상품과 방카슈랑스를 제휴한 은행은 신한은행, 하나은행, SC제일은행, 부산은행 등 4곳뿐이다.
이에 BNP파리바 카디프생명은 GA(보험대리점)와 협업해 정기보험에 특약 형태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넓혔다. 정기보험은 사망보험의 일종으로, 종신보험처럼 사망을 보장받는 상품이지만 보장기간이 더 짧고 만기 생존 시 보험금(환급금)이 없기 때문에 보험료가 훨씬 저렴한 점이 특징이다.
이 상품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니즈'는 3대 대출비교 플랫폼 중 한 곳인 핀다의 판매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핀다와 2020년 12월 제휴 이후 3년 만에 누적 가입자 5만 명을 돌파했다. 올 1분기와 지난해 같은 기간을 비교하면 가입자는 95.7%, 가입금액은 88.4%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금융 이해도가 가장 높은 3040세대가 전체 가입자 중 3분의 2를 차지했다. 연령대별 가입자 비중은 40대(35.0%), 30대(29.9%), 50대(17.8%), 20대(13.4%), 60대 이상(3.8%), 10대(0.1%) 순으로 나타났다. 3040세대가 전체 가입자 중 3분의 2를 차지했다. 연령대별 평균 가입 금액은 40대(1725만원), 30대(1662만원), 50대(1605만 원), 60대 이상(1342만원), 20대(1326만원), 10대(845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핀다에 따르면 실제로 불의의 사고를 당한 고객의 대출금이 가족에게 상속되는 것을 방지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핀다를 통해 신용대출을 받은 고객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며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됐고 고객의 채무잔액은 대출과 함께 가입한 신용생명보험의 보험금을 수령해 상환할 수 있었다.
외국에선 이미 사회안전망으로 보편화돼 있어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에선 이미 사회 안전망으로써의 필요를 인정받아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미국은 출시 이후 신용거래 급증에 힘입어 신용보험시장도 크게 성장했고 1951년엔 신용보험회사 200여 개가 회원으로 가입한 소비자신용보험협회까지 출범했다.
일본의 신용보험시장은 은행·신용보증기관이 보험계약자와 수익자가 되고 채무자가 피보험자가 되는 단쳬계약 중심이다. 1960년대 치오다생명이 자동차대출에 대해 단체보험상품을 판매한 후 1966년부터 많은 생보사들이 단체신용생명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본 단체신용생명보험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채무자가 사망하거나 고도 장해가 발생할 경우 보험금으로 대출금액을 상환하는 식이다. 즉 주로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특화돼 있다.
한국서도 최근 관심도 높아졌지만 해결할 과제 산적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토론회를 개최한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신용생명보험이 거시적인 관점에서도 국가경제의 건전성 확보와 사회적 안전망 강화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신용생명보험은 메트라이프를 포함해 총 3곳에서만 판매 중인데 연간 수입보험료는 5억원 미만으로 전체 수입보험료의 0.0005%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은 2020년 기준 관련 수입보험료가 14억 달러(약 1조8500억원)로 전체의 0.2%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금융소비자의 인식적인 측면에서 개선돼야 할 부분이 다수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꺾기' 판매와 관련해선 신용생명보험을 대출과 연계해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는 금소법개정안이 현재 발의된 상태지만 논의에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또 현재 이 상품이 주로 무료 행사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호응을 얻기 시작해 은행이 보험료를 부담하는 단체보험이 도입해도 보험료가 대출 금리에 포함된 것으로 해석될 경우 다른 형태의 불공정영업행위로 간주될 수 있고 소비자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그만큼 보험료 산출과 판매에 있어 불완전판매 예방과 해당 상품에 대한 소비자 이해 향상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여기에 현재 신용생명보험의 보장 범위가 사망과 일부 특정 질병 등에 한정돼 있고 정기보험과의 차별성도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경희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사회적 가치가 있는 신용생명보험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신용보험에 대한 전체적인 규제와 감독방안을 정비하고 소비자 인식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선 대출실행 과정에서 단체신용생명보험이 필수 구성요소로 자리매김하도록 대출 프로세스를 재구조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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