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돈 횡령에 성희롱까지…5대銀 내부통제는 ‘낙제’
은행 돈 사적으로 빌려주는
‘금융질서문란’ 금융사고 3배
정직 이상 중징계 비율 63%
임원 징계는 ‘0건’으로 대조
당국, 이달 내부통제 강화방안 발표
시중은행에서 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사내 윤리 강령 위반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액 횡령부터 고객과 사적 금융거래, 금품수수뿐 아니라 직장 내 폭언과 폭행, 성범죄 사건까지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의 과도한 성과급 지급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가장 기본인 내부통제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국회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 임직원의 사내 윤리강령 위반 징계는 총 331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64건으로 2021년(70건), 2020년(69건)보다 다소 줄었지만 거의 매주 한 건씩 ‘금융 사고’가 발생해 징계가 내려졌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97건으로 최다 징계 건수를 기록했고, 이어 우리은행(71건), 하나은행(70건), 농협은행(59건), 신한은행(3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사내 윤리 강령 위반은 횡령·배임처럼 고객과 회사에 금전적 손해를 끼치는 ‘금전 사고’와 그렇지 않은 고객과 사적 금융거래(사적금전대차)·알선수재·금품수수·은행재산사용금지 등 ‘금융질서 문란행위’로 크게 나뉜다. 직장 내 폭언과 폭행, 성희롱·성추행 등 조직문화 문제도 사내 윤리강령 위반에 포함된다.
5대 은행에서 발생한 금전 사고에 따른 징계는 작년 11건으로 2020·2021년(17건)보다 줄었지만, 금액이 10억원 미만부터 100억원이 넘는 횡령·배임 사고가 잇달아 터져 해당 직원이 형사고발·면직의 중징계를 받았다. 우리은행에서는 본점 직원이 작년 4월 문서위조 등을 통해 700억원대 금액을 횡령했고, 국민은행은 지방 지점 직원이 작년 12월 부동산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배임 등으로 120억원 상당의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작년 횡령과 배임사고로 각각 4건과 3건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지난 5년간 5대 은행들은 금전 사고 중 고객의 돈을 빼돌리는 횡령사고에 가장 많은 74건의 징계 조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징계 건수로 미뤄볼 때 그간 매년 평균 10건 이상의 크고 작은 횡령 사고가 터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질서 문란행위에 따른 징계는 작년 38건으로 금전 사고보다 3배 이상 많으며, 그 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5년간 징계가 내려진 금융질서 문란행위 유형을 보면 사적금전대차 (72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은행은 돈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고객이나 거래처 등에 사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어 품위유지 위반(52건), 무자원 거래(16건), 금품 수수(13건), 알선수재(8건), 이해상충 행위(4건) 등 순이다. 금전손실은 없지만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도덕적 해이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조직문화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에서 지난 5년간 직장 내 성범죄로 60건의 징계가 내려졌고, 폭언과 욕설, 폭행에 대한 징계도 10건이었다. 작년 국민,신한,우리, 농협은행에서 성추행·성희롱 등에 대해 14건의 징계가 이뤄졌다. 신한은행에서 작년 폭행 사고가 적발됐다.
지방은행도 느슨한 내부통제로 인해 금융사고가 늘고 있다. 지난 5년간 대구, 경남, 전북, 광주은행 직원의 사내 윤리강령 위반 징계는 총 64건이었다. 작년 총 18건으로 전년(8건)보다 두 배 늘었다.
은행들은 금융사고에 대해 엄격한 조처를 취하고 있지만, 고위 임원은 사실상 ‘예외’다. 지난 5년간 5대 은행이 사내 윤리강령을 위반한 직원에게 내린 징계 중 정직 이상의 중징계 비율은 63%(209건)에 달했지만, 그 위 책임자인 임원의 징계는 가장 낮은 수준인 ‘견책’ 1건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이처럼 은행권의 윤리강령 위반으로 사회적 논란이 가중되자 내부통제제도 개선대책을 다방면으로 준비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책은 라임사태, 우리은행 횡령과 같은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표이사나 금융지주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실무진을 내부통제 책임자로 설정해두면 고위임원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아 금융사들이 내부통제를 강화할 유인이 작다고 평가된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은행 경영실태 평가에서 내부통제 관련 항목의 배점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영실태 평가는 총 6개 항목(자본 적정성, 자산 건전성, 경영관리 적정성, 수익성, 유동성, 시장리스크 민감도)을 기준으로 이뤄지는데, 그동안 내부 통제에 관한 평가 비중은 ‘경영관리 적정성’의 7개 하위 항목 가운데 하나에 그쳤다. 금감원은 향후 내부 통제를 별도 상위 항목으로 구성해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경영실태 평가의 상위항목이 변동되는 것은 20여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양정숙 의원은 “금융회사 임직원들은 금융회사의 돈 잔치에 대한 비판이 많아지자 ‘열심히 일한 것도 죄가 되느냐’고 볼멘소리를 냈지만, 실상은 내부에서 온갖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던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고 질타했다. 이어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발의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하루 빨리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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