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역귀신' 유명 웹툰 원작? 감독 "부담감 전혀 없었고 오히려 즐겼죠" (종합) [SE★현장]
김보라·김재현·신소율 공포 연기 호흡
기존 공포영화의 대상화 탈피하고자···
정용기 감독 "이 영화에서는 남자만 죽는다"
2011년 대한민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화제의 네이버 웹툰을 새롭게 각색한 공포 영화 ‘옥수역귀신’이 극장을 찾아온다. 김보라, 김재현, 신소율 배우의 탄탄한 명연기로 빚어낸 공포가 4월 극장가를 물들일 수 있을지 기대된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옥수역귀신’(감독 정용기)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용기 감독과 주연 배우 김보라, 김재현, 신소율이 참석한 가운데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옥수역귀신’은 서울 지하철 옥수역에서 의문의 죽음이 연이어 일어나자 특종을 감지한 기자 ‘나영’(김보라)이 취재를 시작하고 진실에 다가갈수록 공포와 맞닥뜨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011년 호랑 작가의 공포 웹툰 ‘옥수역귀신’을 원작으로 각색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일본 공포영화계의 핵심 작품인 ‘링’(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각본가 다카하시 히로시가 초기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장르적인 긴장감을 극대화한 작품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실제 지명이 등장해 전하는 현실적인 공포가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옥수역귀신’은 연출 요소에서 다양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정용기 감독의 장르적 시도와 고민이 엿보인다. 감독은 “2000년대 초반 일본 공포영화 유행 분위기를 재현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링’(1998), ‘주온’(2000) 등 일본 공포영화 전성기 작품들을 재해석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그래서인지 ‘옥수역귀신’의 분위기도 여러모로 영화 ‘링’을 떠올리게 한다. 이에 대해 정용기 감독은 “초반부는 일본 공포 영화의 어법을 재현했지만 후반부에서는 그런 색깔을 덜어내는 장치를 가미해 차별화했다”면서 “한국 공포영화들은 원한에 다 이유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우리 사회에서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면 항상 원인을 만들어낸 제공자보다는 그 아랫사람, 다른 사람이 사과하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이런 사과가 위로는 될 수 있겠지만 피해자들에게 근본적인 해소를 전해주지는 못한다”라며 “'옥수역귀신'에는 이유가 있는 원혼이 등장한다”라고 강조했다.
감독은 유명 웹툰을 원작으로 실사화하여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담감은 없었는지 묻는 질문에 “오히려 좋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원래의 웹툰에 전사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스토리를 덧대어가는 지점이 재미있었다”라며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내면서 배우들과 합을 맞추는 부분도 연출적으로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토리적으로도 사회의 여러 방면을 파고 들었을 때 닿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옥수역귀신’을 새롭게 연출해 낸 의도를 전했다.
기자 나영 역을 맡은 김보라는 “나영은 집요한 인물이다, 그가 지닌 도전 정신과 뒤로 물러서지 않는 성격을 잘 드러내기 위해 주눅 들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촬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지점을 묻는 질문에는 “한 가지만 꼽기가 어렵다, 매 장면 모두가 어려웠다”라면서도 “나영이 처음으로 본인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며, 언론사 대표에게 저항하는 장면을 가장 신경썼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 순간 만큼은 작아보이지 않고 강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부연했다.
아이돌 그룹 엔플라잉 출신 김재현은 "우원이는 극적인 캐릭터다”라고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설명했다. 그는 연기에 임하면서 극 중에서 우원이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하는 대목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자택일 사고 방식으로 생각했다"라며 "우원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재현이라면 어떻게 했을지를 항상 고민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의 첫 스크린 작품인 ‘옥수역귀신’을 통해 우원이라는 캐릭터로 연기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배우 분들과 스태프 분들께서 제가 모르는 부분을 하나하나 알려주셔서 첫 작품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이 됐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덧붙여 그는 “평소 공포영화를 못 본다, 너무 무서웠지만 그래도 하나보다는 둘이 낫다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였기에 더 나은 마음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라고 미소지었다.
옥수역을 배회하는 미스터리한 인물 태희 역을 연기한 신소율은 “분장한 제 모습을 보고 거울을 보는 게 가장 힘들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외적인 모습이나 스토리적인 부분을 떠나서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이 공포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신소율은 “태희라는 인물은 진실을 알고 나서 공포감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고 호흡도 침착해진다”라며 맡은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웹툰에서도 가장 중요한 장면인 지하철역 신을 대역 없이 연기하면서 “누군가에게 몸을 맡긴 것처럼 춤 동작을 하게 됐었는데 그때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정용기 감독은 촬영 과정에서 겪었던 현실적 어려움도 언급했다. 그는 “촬영 당시 코로나19가 극에 달했던 상황이었다, 부산의 한 지하철 역에서만 겨우 촬영 허가가 났다”라며 “공교롭게도 지하철 장면을 다 찍은 직후 모든 지하철 역사에서 촬영이 전면 금지됐다, 여러모로 영화를 간신히 완성할 수 있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모든 지하철 장면을 촬영할 때에는 안전 문제 때문에 촬영 허가를 맡아야 한다"면서 “‘옥수역귀신’이 정작 옥수역에서 촬영이 불가능했던 상황이라 현실 고증의 측면에서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옥수역 거주 시민들이 보시기에는 우스우실 수도 있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옥수역 외관은 사실 별도 허가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소규모 인원으로 몰래 촬영하기도 했다”라고 극 완성도를 위한 열정을 내비쳤다.
‘옥수역귀신’은 공포영화가 주는 단순한 자극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 점도 돋보인다. 이날 감독은 “그동안 여러 공포영화에서 반복돼 온 캐릭터의 정형성이 의아했다”라며 “우리 영화에서는 피해자가 모두 남자다, 남자만 죽는다"라고 강조했다. 19일 개봉.
조은빛 인턴기자 goodl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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