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마임만 하던 그가 춤을 춘다…국립발레단 '돈키호테'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2막1장. 풍차에 돌진해 기절한 늙은 기사 돈키호테의 꿈 속. 큐피드의 화살에 맞은 그는 청춘을 되찾는다. 그리고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고귀한 여인 '둘시네아'를 만난다. 돈키호테와 둘시네아는 마치 중력이 없는 듯 가볍게, 늙은 적이 없었던 것처럼 강렬하게, 파드되(2인무)를 선보인다.
12일부터 1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발레단의 신작 '돈키호테'는 원작과 확 다르다. 고전의 고전다움을 지키면서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을 짜임새 있게 연결하고,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재미를 더했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스피드한 전개
안무가 송정빈은 돈키호테를 재안무하며 '숏폼'에 익숙한 관객들을 배려했다. 핵심 줄거리는 그대로 유지하되 개연성을 높이고, 인물들의 비중을 조절했다. 이를 통해 기존 3막을 2막으로 줄이고 인터미션을 포함해 2시간 이내로 맞췄다.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을 속도감있게 조절하고, 빠르고 유쾌한 전개를 선보인다.
극은 기사도 문학을 탐닉하다 잠든 돈키호테가 꿈 속에서 고결한 여인 둘네시아를 만나고, 둘시네아가 괴물들에게 납치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돈키호테는 꿈에서 깨어나고, 산초 판자와 함께 둘시네아를 구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1막이 시작되면 화려하고 정열적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광장의 모습과 무용수들의 의상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뜨겁게 달아오른 광장에서 수십명의 무용수가 투우사의 방문을 기다린다. 이중 모든 이의 시선을 끄는 이들은 이 작품의 주인공 키트리와 바질이다. 둘은 화려한 무대 위에서 사랑의 유희를 펼친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루이자 스피나텔리는 이번 작품을 위해 의상과 무대 모두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고난도 기술과 유쾌한 서사, 고전의 고전다움
키트리와 바질은 자신들의 사랑을 반대하는 키트리의 아버지 로렌조를 피해 사랑의 도주를 한다. 돈키호테는 두 사람을 따라와 그들의 사랑을 지켜주겠다고 맹세하고, 때마침 나타난 유랑극단의 연극을 함께 보게 된다. 극 속의 극에서 무시무시한 괴물이 아름다운 공주와 늠름한 왕자의 사랑을 위협하는데, 돈키호테의 꿈에 나왔던 괴물과 같은 모습이다. 돈키호테는 괴물을 향해 돌격한다. 하지만 돈키호테가 괴물이라 생각했던 것은 사실 그저 풍차였고, 이를 들이받은 돈키호테는 실신한다.
기절한 돈키호테는 꿈을 꾼다. 2막1장 '드림씬'으로, 이 공연의 백미다. 꿈 속에서 젊어진 돈키호테는 둘시네아와 만나 사랑의 파드되를 춘다. 송정빈은 사전 인터뷰에서 "꿈에서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지 않느냐"라며 "늙은 돈키호테로는 무브먼트적인 한계가 있지만 젊은 돈키호테는 여러가지 제약이 없어진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도전했다"고 했다.
원작에서는 '키트리'가 '둘시네아' 역할을 하지만 송정빈은 관객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키트리'와 '둘시네아'를 완전하게 분리, 2명의 무용수를 각각 캐스팅했다.
3막을 2막으로 줄이며 키트리와 바질의 결혼식 장면은 2막2장으로 왔다. 발레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랑 파드되' 장면이다. 구성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원작을 그대로 살렸다. 키트리의 '캐스터네츠 솔로'와 '결혼식 그랑 파드되' 장면 등을 원작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키트리의 솔로 32회전 푸에떼(제자리 회전), 바질이 여성무용수를 한 손으로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한 손 리프트 등 화려한 발레기술이 관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귀여운 산초 판자와 큐피드도 극의 재미를 더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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