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처벌 강화된 학폭 대책…교육적 해법 놓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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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1년 만에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파장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학폭 문제에 대한 교육적 해법보다 엄벌주의 강화에 치중한 인상이다.
이번 대책은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폭 문제로 지난 2월 25일 낙마한 후 두 달도 채 안 돼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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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부가 11년 만에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파장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학폭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구체적으로 현재 고교 1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6학년도 대입부터 학폭 가해 학생의 처분 결과를 수시모집은 물론 수능 점수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 전형에 의무적으로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대한 징계 내용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보존 기간을 현재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중대한 학폭은 범죄'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기 위해 학폭 처분의 실효성과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물론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즉시 분리 기간을 3일에서 7일로 늘리고, 가해 학생의 불복 절차에서 피해 학생의 진술권을 보장하는 등 피해자 보호 내용도 한층 강화됐다. 학폭 문제에 대한 교육적 해법보다 엄벌주의 강화에 치중한 인상이다.
현 고교 2학년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입 전형은 지난해 이미 기본사항이 발표됐기 때문에 이번 대책의 반영을 의무화할 수단이 없다고 한다. 정부는 다만 일부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이를 반영할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침을 토대로 각 대학이 구체적인 반영 방식과 기준을 결정하게 되는데 학폭 기록이 실질적으로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수준까지 반영할지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학폭 기록의 학생부 기재 보존 기간은 그동안 꾸준히 단축되다가 이번에 그 방향이 반대로 바뀐 것이다. 학폭 기록을 학생부에 기재하기 시작한 2012년 최대 보존기간이 10년(초·중학교는 5년)이었다가 2013년 고교도 5년으로 단축되고 심의를 거쳐 삭제할 수도 있게 됐다. 그 이듬해 최대 보존기간이 2년으로 단축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학폭에 대한 경각심이 약화했다는 교육 당국의 평가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학생부 기재 조치가 완화된 이후 학폭 발생 건수가 늘었다"면서 "학폭 행동을 했을 때 책임이 뒤따른다는 교육적 관점도 대단히 중요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은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폭 문제로 지난 2월 25일 낙마한 후 두 달도 채 안 돼 발표됐다. 정부는 전문가 간담회, 시도교육청과 관계부처 협의, 국회 보고 등의 검토 과정을 거쳐 대책을 내놓았다고 하지만 추가로 보완할 부분이 없는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불복절차 증가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폭 기록을 4년간 보존하도록 한 것과 관련해 전문대학과 4년제 일반대학 진학 여부에 따라 취업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고, 소년원에 송치된 내용은 학생부에 남지 않는 데 비해 학폭 기록은 남는 것이 형평성에 맞느냐는 문제 제기다.
학폭에 대한 엄벌주의는 큰 틀에서 볼 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학폭이 주는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는 충분하다. 학폭은 단순히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최근 인기를 끈 학폭 소재 드라마에서도 이런 문제가 잘 드러난다. 피해자는 사회에 나가서도 몸과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고, 가해자는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성향이 여전하다. 그렇다고 교육적 해법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청소년기 일회성 일탈이 평생 족쇄가 되지 않도록 학폭 가해자에게도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통해 변할 기회를 줘야 한다. 피해 학생의 보호가 최우선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가해자도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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