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군단 vs 공매도 세력 전쟁터 된 '에코프로 형제'

최만수 2023. 4. 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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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연초 대비 521% 급등
증권가 "과열" 매도리포트 나와
공매도 거래대금, 이번주 3배↑
해외운용사 '저격 팀' 꾸리기도
개인투자자 "공매도 물리치자"
이달 두 회사 3500억원 순매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동단결한 동학개미의 승리냐, 헤지펀드의 공매도 성공이냐.

2차전지업체 에코프로비엠과 모회사인 에코프로를 둘러싼 개인투자자와 헤지펀드 간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에코프로가 여섯 배, 에코프로비엠이 세 배 급등하자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헤지펀드 공매도 물량이 급증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유튜브와 종목토론방을 중심으로 결집해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맞서고 있다.

 ○증권사 매도 리포트에 급락


에코프로는 12일 코스닥시장에서 16.78% 하락한 64만원에 마감했다. 최근 1주일 동안 60% 넘게 급등했다가 5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자회사 에코프로비엠도 6.28% 떨어졌다.

이날 하락에도 불구하고 에코프로 주가는 연초 대비 521% 폭등했다. 에코프로비엠은 같은 기간 200% 급등했다.

에코프로 형제의 시가총액 합산은 이날 43조5546억원에 달한다. 현대차와 포스코홀딩스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6위인 삼성SDI(52조5361억원)까지 넘보고 있다.

끝을 모르고 질주하던 에코프로 형제가 이날 급락한 것은 공매도 물량 증가와 하나증권의 매도 리포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에코프로 형제에 대한 공매도 물량은 이번주 들어 급증했다. 에코프로 공매도 거래대금은 지난 7일 312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10일엔 1166억원으로 세 배 넘게 늘어났다. 에코프로비엠 공매도 거래금액도 같은 기간 573억원에서 2024억원으로 증가했다. 10일 에코프로 형제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코스닥 전체 공매도 거래 대금(5930억원)의 절반을 넘었다. ‘공매도 선행지표’로 통하는 대차잔액은 10일 현재 에코프로 2981억원, 에코프로비엠 9862억원에 달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에코프로 형제를 3545억원어치 순매수하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급증하는 공매도 매물이 결국 이날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은 이날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 시가총액은 5년 후 예상 기업 가치를 넘어섰다”며 “끝까지 이성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조급한 추격매수와 회피를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주가는 현재 주가보다 30% 낮은 45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믿음은 여전히 굳건하다. 이날 종목토론방에는 “전기차 생태계의 중장기 성장성을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가자” “공매도 세력을 박살 내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쇼트 스퀴즈 발생 가능성도

공매도를 주도하는 곳은 국내외 헤지펀드 운용사다. 이들은 같은 배터리 업종에서 에코프로보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은 엘앤에프 등을 롱(매수)하고 에코프로를 쇼트(공매도)하는 ‘롱쇼트 전략’을 주로 구사하고 있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해외 자금을 굴리는 운용사에선 이른바 ‘선수’들을 모아 에코프로 형제를 저격하는 특별팀까지 편성한 곳도 있다”며 “하지만 주가 급등으로 아직 극심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태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날 에코프로 형제가 급락세를 보였지만 개인투자자의 강한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면 반등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대표는 “에코프로 형제는 장기간 실적 고성장이 예상돼 신라젠 등 과거 거품 기업처럼 주가가 단기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현재 주가가 실적 전망치 대비 고평가된 상태인 것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공매도 폭탄을 이겨낸다면 주가가 한 차례 더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주식이 계속 상승하면 공매도 투자자는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 되갚아야(쇼트커버링)해서다. 이로 인해 주가가 더욱 폭등하는 ‘쇼트 스퀴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대표적 쇼트 스퀴즈 사례는 셀트리온 그룹주와 미국 게임스톱이 있다. 셀트리온은 2010년대 중반부터 서정진 명예회장까지 나서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오랫동안 공매도에 시달렸지만 결국 이를 극복하고 시장 주도주로 자리 잡았다. 게임스톱도 2021년 초 공매도 기관들이 표적으로 삼자 개인들이 이에 대항해 주가를 끌어 올렸고 쇼트 스퀴즈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게임스톱 주가는 한 달 새 1000%가 넘는 폭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하락을 거듭해 많은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봤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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