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생소했던 `곤충 길라잡이` 8년째… "처음엔 무섭다가 정이 가던데요"
견학오는 아이들 상냥하게 대하다보니 어린이집서 스카우트 제의도
"방문객 즐거워할때 보람느껴… 제 목표는 곤충박물관장되는 겁니다"
농촌진흥청 곤충박물관 큐레이터 김민주
가뭄 속 단비가 내린 지난 6일. 전주 전북혁신도시 내 농촌진흥청(농진청)에서 만난 김민주 곤충박물관 큐레이터(31·사진)의 목표는 '농진청 곤충박물관장'이다.
2014년 농진청이 수원에서 전주로 자리를 옮긴 이듬해 곤충박물관 인테리어 공사 당시부터 큐레이터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올해까지 8년째 곤충을 소개해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맡고 있다. 농진청에 몸담을 때 행정 분야로 입사한 탓에 곤충과 연결고리가 생길줄은 몰랐다는 김 큐레이터는 이제 곤충박물관에 없어서는 안 될 '마스코트'로 자리매김했다.
김 큐레이터의 주된 업무는 곤충박물관을 찾는 일반인과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곤충의 기본적인 개념부터 농진청에서 다루고 있는 곤충 연구 내용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늘상 공부해야 한다'는 그는 "사람들을 안내하는 시간 외에는 농진청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나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진청 박사님들을 직접 찾아가 어떤 것을 연구하고 계시는지에 대해 묻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며 "한 분 한 분의 박사님은 정서곤충, 식용곤충, 누에, 벌 등 전문분야만 집중하시다보니 여러 박사님들을 찾아다니며 교육을 시켜달라고 부탁드린다"며 활짝 웃었다.
김 큐레이터가 처음부터 곤충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 뒤로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곤충에 대한 흥미가 커졌다. 특히 곤충박물관을 찾은 방문객들이 만져보고 체험할 곤충을 손수 사육하면서 곤충에 대한 친밀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한다. "저 역시 곤충을 무서워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다가 (사육을 이유로) 누에를 처음 만지기 시작했는데, 만지다보니 정이 갔다. 나중에는 곤충을 왜 이렇게 연구하는 지 공부하게 됐고 미래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식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방문객에 따라 안내 방법을 달리하는 것은 곤충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도를 높이는 김 큐레이터만의 비법이다. 코로나19 확산기를 제외하면 1년에 1만여명 넘는 사람이 곤충박물관을 찾는다. 주로 학생들이 많지만 곤충에 관심을 갖는 농업인들도 박물관 문을 두드린다. 김 큐레이터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온다고 하면 곤충에 좀 더 친근감이 생길 수 있게끔 안내한다"며 "곤충을 직접 만지고 체험함으로써 곤충과 가까워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가분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식용곤충 안전성평가와 같은 것"이라며 "농가의 생계가 달린 사안일수도 있기 때문에 농진청에서 식용곤충을 통한 소득 증대 방안이나 홍보 등 어떤 측면에서 노력하고 있는지 알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곤충박물관 큐레이터라는 직책 특성상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다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아이들을 상대할 때 상냥하게 잘 대해준 덕에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다. 김 큐레이터는 "농진청에서 어떻게 천직인걸 알고 저한테 이 일을 맡겼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는 성격이어서 어린이집 원장님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다"며 "소풍 온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도 하고 도시락도 같이 먹으면서 더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어 "곤충박물관은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누에를 체험해볼 수 있다 보니 아이들의 반응도 좋다. 까르르 까무러치는 아이도 있다"고 전했다.
김 큐레이터의 목표는 농진청 곤충박물관장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목표인만큼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큐레이팅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학예사 자격증 공부도 시작했다. 그는 "저희 박물관은 연구기관에 속해 있다는 특징이 있어 최근에 연구하고 있는 과제를 알아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어떻게 보면 큐레이터는 서비스업이라고도 생각한다. 아무리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아도 이를 관람객에게 내비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상냥함과 친절함을 필수적으로 갖추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객들이 즐거워할 때 보람을 느낀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힘든 상황이 있지만 관람을 진행하는 시간에는 컨디션과 상관 없이 아는 선에서 최대한 알려드리려 한다"고 했다.
김 큐레이터가 말하는 곤충박물관의 자랑거리는 농진청의 연구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다른 수많은 곤충박물관과 다르게 연구 결과와 연계한 전시물을 보고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다"며 "연구 결과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하고 있다. 어떤 연구를 과거에 어떻게 진행했고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미래에는 어떤 아이템을 갖고 연구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어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곤충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농진청 곤충박물관을 꼭 방문하시길 추천드린다. 한 번만 찾기는 아까운 곳"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사진/전주=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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