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물류이해' 현직자 강의에 귀쫑끗 "방학땐 인턴십가요"

송주희 기자 2023. 4. 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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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전주대 인재육성 산학협력현장
작년부터 전공 정규 과목 2개 개설
수업에 쿠팡 임직원이 강사로 참여
여름·겨울 방학엔 채용연계 인턴십
이론·실무·현장 쌓아 미스매치 해소
전북 전주시 전주대학교 자유관 301호 강의실에서 물류무역학과 4학년 학생들이 ‘쿠팡물류의 이해’ 수업을 듣고 있다. 이날은 쿠팡 물류센터의 교육 코디네이터가 강사로 나서 수업을 진행했다./송주희기자
[서울경제]

이달 11일 전라북도 전주시 전주대학교 자유관 301호 강의실. 30여 명의 학생에게 ‘미션’이 주어졌다. ‘13개의 지시를 순서대로 따라가며 2분 안에 9등분 된 직사각형에 돼지 그림을 그려 넣으라.’ 황당하다는 반응도 잠시, 학생들의 미간에는 금세 주름이 잡혔다. 2분 후, 좀 더 구체적인 지시 6개와 시각 자료가 주어졌고, 학생들은 그제서야 미션을 수월하게 완료했다. 당황스러운 이 시간은 물류무역학과 4학년 전공과목 ‘쿠팡물류의 이해’의 수업의 일부로, 이날 강사로 온 임은진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러닝 코디네이터가 물류센터 교육팀의 업무 중 하나인 ‘표준화 작업’을 설명하려 준비한 워밍업이었다. 임 코디는 “물류센터가 안전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기술이나 프로세스(공정)를 표준화해야 한다”며 “공정·직무별 업무 내용을 매뉴얼로 만드는 것도 우리의 일”이라고 소개했다. 수강생인 전유연씨는 “물류센터 내 러닝 업무는 사실 수업 전까진 관심이 없는 분야였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세분화 돼 있고, 하는 업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돼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강의는 쿠팡과 전주대에서 공동운영하는 물류전문인력양성과정으로 총 30회의 수업 중 12회를 쿠팡 임직원이 교육한다. 시험과 보강을 제외하고 절반을 기업이 맡는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주제별로 현업 임직원이 출강하기 때문에 물류 현장이 실제 어떻게 돌아가는지 들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쿠팡과 전주대는 2021년 9월 ‘물류 지역 인재 육성 업무 협약’을 맺고 지난해 1학기 4학년 대상 ‘쿠팡물류의 이해’를 정규 과목으로 개설했고, 그해 2학기 3학년 대상 ‘쿠팡물류의 기초’를 추가로 열었다. 각각 46명, 39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는 1년간 총 25회 ‘쿠팡 교수님’의 실무 강의가 이뤄졌다. 이 산학협력이 의미 있는 것은 실무자의 교육 참여에 더해 채용 연계 현장 인턴십이 더해진다는 점이다. 2022년 1학기 수업 이후 13명(채용형 8명, 체험형 5명)이 선발돼 그해 6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하계인턴십을 진행했는데, 이 중 채용형 인턴 8명 전원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1학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2학기에도 동계인턴십이 추가됐는데, 이 때는 총 6명이 파견돼 5명이 정규직 전환됐다.

전주대와 쿠팡의 물류 전문인력 양성은 4단계를 거친다. △전주대 물류무역학과에서의 전공 정규 교과 △기업물류 기초(쿠팡물류기초)·물류스터디△기업물류 심화(쿠팡물류이해)·물류스터디△하·동계인턴십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이다. 학생 입장에서도 호기심에 참여할 만큼 부담 없는 과정은 아니다. 산학협력을 주도한 송민근 물류무역학과장은 “기업과 직무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은 친구들이기에 채용 공고 떠서 한번 지원해보는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학기 수강생 중에는 앞서 ‘쿠팡물류의 기초’를 듣고, 스터디에서 관련 자격증 취득 준비를 해 온 학생이 많다. 그중 한 명인 정재영씨는 “전공과 관련된 우리나라 대표 기업의 현직자들에게서 이론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수업에 관심이 많았다”며 “이번에 인턴십에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2년 1학기 진행된 쿠팡물류의 이해 수업 장면/사진 제공=쿠팡

충분한 학습과 경험이 진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학생들의 행동에서 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1학기 하계인턴십 당시 의사가 분명하지 않아 채용형 아닌 (지금은 사라진) 체험형 인턴에 지원했던 5명 중 4명이 현장 경험을 통한 적성 확인 후 그해 겨울 채용형 인턴에 지원해 합격했고, 나머지 한 명도 휴학을 마치고 돌아와 이번 하계 인턴에 도전할 계획이다.

학교와 기업의 유기적인 협업은 단연 빛났다. 전주대 학생취업처의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와 링크사업단, 대학혁신지원사업단 등이 빠듯한 살림에도 예산을 확보하는 데 힘을 모았고, 쿠팡 역시 직원들이 본사에서 전주를 오가며 실무 교육을 채우는 한편, 연간 2회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정례화했다. 이 같은 협업에 1년 만에 공동교육과정의 성과가 나타났고, 현재 다른 지역 우수 대학에서도 비슷한 산학협력 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송 교수는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기업은 현장 노하우를 대학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취업 미스매치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협력의 중요성을 전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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