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 오디오 장비, 기어라운지 쇼룸
[IT동아 한만혁 기자]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선 전문 장비가 필요하다. 소리를 녹음하는 마이크를 비롯해 여러 사운드를 최적의 비율로 조합하는 믹서, 사운드를 증폭하는 앰프 등 다양한 장비가 필요하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음악을 만드는 전문가에게는 익숙한 장비다. 이들을 ‘프로 오디오 장비’라고 한다. 일반적인 오디오 기기가 음악을 듣기 좋게 재생하는 기기라면, 프로 오디오는 정확한 사운드를 구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부분의 프로 오디오 장비는 비싸다. 크기는 작아도 수백만 원이 넘는다. 그래서 이들 장비는 쉽게 접할 수 없다. 오프라인 매장이나 전시회에서도 겉모습만 볼 수 있을 뿐 직접 작동할 기회는 흔치 않다. 제품을 고르려면 주변 전문가 추천이나 입소문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음향 장비 기업 기어라운지는 본사가 위치한 서울 2호선 합정역 인근에서, 프로 오디오 장비를 전시하는 ‘쇼룸’을 운영하고 있다. 고가의 제품을 직접 만져보거나 작동하고 간단한 음악도 만들 수 있다.
프로 오디오부터 하이파이까지, 기어라운지
기어라운지는 프로 오디오 장비와 하이파이 오디오 제품을 유통하는 음향 장비 전문 기업이다. 지난 2006년 종로 낙원상가의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한 기어라운지는 현재 60개 이상 유명 브랜드를 국내 시장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UA(Universal Audio), SSL(Solid State Logic), 무그뮤직(Moog Music), 암피온 엔조이(Amphion Enjoy), HEDD 등이 대표 브랜드다.
이들 장비를 이용해 스튜디오 시공도 한다.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안테나뮤직 등 유명 기획사 스튜디오를 구축했고 최근에는 가수 이승철이 운영하는 루이 스튜디오 리뉴얼도 진행했다.
자체 스튜디오 ‘글랩스튜디오(Glab Studio)’도 운영한다. 녹음, 믹싱, 마스터링 등 음악 작업을 하는 공간으로, 기어라운지가 유통하는 고급 프로 오디오 라인업과 자체 스튜디오 시공 기술을 조합했다. 돌비로부터 인증받은 돌비 애트모스 녹음 및 믹싱 시스템도 갖췄다. 돌비 애트모스는 전후좌우뿐 아니라 위에서도 소리를 구현해 전방위 입체음향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쾌적한 공간과 고급 장비 덕에 고품질 스튜디오로 꼽힌다.
다양한 사업을 기반으로 기어라운지 연간 매출은 우상향 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2013년 31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215억 원을 기록했다. 전문가가 원하는 것을 빠르게 파악하고 공급한 덕에 지속 성장했다는 것이 기어라운지 설명이다. 기어라운지는 지금도 수익 극대화, 파트너와의 동반 성장, 업계 혁신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기어라운지 쇼룸 ‘직접 써 볼 수 있다’
기어라운지 쇼룸은 본사 사옥 1층에 자리한다. 이곳에서는 신시사이저, 믹서, 스피커, 마이크 등 다양한 프로 오디오 장비를 만날 수 있다. 이들 장비로 음악 작업 환경인 미디데스크도 구현했다. 단순히 전시만 해놓은 것이 아니다. 기어라운지 쇼룸의 장점은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매력 요소다.
기어라운지 양대필 영업팀장은 “쇼룸에서는 직접 작동해 보는 건 물론 간단한 음원도 만들 수 있다”라며 “고가의 제품을 구매 전에 직접 체험하기 위해 방문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시 제품은 모두 전원이 연결되어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제품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아날로그 제품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요즘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선호한다. 신시사이저를 예로 들어 보면, 핵심이 되는 중요한 사운드는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로, 그 외 효과나 간단한 비트는 디지털 신시사이저로 구현하는 식이다.
양 팀장은 “장비 구입 비용을 크게 아끼면서 음질까지 놓치지 않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요즘 트렌드”라며 ”공간도 덜 차지하기 때문에 집에서도 작업실 같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쇼룸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제품을 모두 구비해 실제로 비교해 볼 수 있다.
한자리에 펼쳐진 프로 오디오 장비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신시사이저다. 신시사이저는 여러 소리를 합성하거나 변형해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장비다. 대부분의 전자 악기 사운드를 구현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기어라운지는 무그뮤직, 일렉트론(Elektron), 틴에이지엔지니어링(Teenage Engineering) 등 인기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무그뮤직은 세계 최초 커머셜 신시사이저를 만든 브랜드다. 전 세계적으로 전문가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특히 아날로그 신시사이저가 인기다. 기어라운지가 단독 유통하는 만큼 다양한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디지털 신시사이저도 있다. 디지털 신시사이저는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보다 작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풀 드럼 사운드를 만들 때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를 이용하면 4개 이상 필요하다. 하지만 디지털 신시사이저는 1개만 있어도 충분하다. 공간도 덜 차지하고 사용하기도 편하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좋다. 다만 아날로그 신시사이저 대비 음질이 아쉽다. 쇼룸에서는 디지털 신시사이저는 일렉트론 브랜드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캠퍼(Kemper)는 자체 기술을 앞세워 기타 앰프와 이펙터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한 브랜드다. 직관적인 버튼으로 쉽고 다양하게 효과를 조절할 수 있다. 하나의 스피커에서 최대 19개 스피커 특성을 재현하는 것 또한 장점이다. 출시한지 10년이 넘었지만 꾸준한 업데이트를 지원하고 있어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다.
전문가가 중요하게 꼽는 프로 오디오 장비 중 하나가 케이블이다. 케이블은 이 장비에서 만들어낸 소리를 다른 기기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두 소리가 동일하기 위해선 케이블 퀄리티가 좋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어도 케이블 성능이 떨어지면 소리에 대한 만족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어라운지는 반담(Van Damme)의 다양한 케이블을 전시하고 있다. 커넥터와 길이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반담은 오디오 및 비디오 케이블 전문 업체로 세계적인 스튜디오에 케이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쇼룸 한켠에는 다양한 마이크가 자리한다. 마이크는 브랜드나 제품에 따라 전혀 다른 소리가 난다. 뮤지션도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다른 마이크를 사용한다. 녹음 스튜디오도 20~30개 마이크를 구비하고 있다. 여러 마이크를 테스트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기어라운지에는 콘덴서, 다이내믹, 리본 등 다양한 종류 마이크를 전시하고 있다.
미디데스크도 구현했다. 미디데스크는 악기, 스피커, 컨트롤러 등 프로 오디오 장비를 설치한 책상이다. 다양한 장비를 효율적으로 배치해 쾌적한 음악 작업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어라운지는 미디데스크에 SSL, HEDD 등 장비를 세팅해 두었다.
책상으로 아웃풋(Output) 제품을 선택했다. 해외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효율적인 공간 구성 덕에 오랜 시간 앉아 있어도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의자는 웨이브본(Wavebone) 제품이다. 웨이브본은 스탠드, 케이스, 책상 등 스튜디오 가구 전문 브랜드다. 특히 의자의 경우 팔걸이를 완전히 젖힐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타 연주 시에도 팔걸이에 방해받지 않고 편하게 연주할 수 있다.
미디데스크 뒤에는 방음판을 설치했다. 소리의 경우 전 방향으로 흩어지기 때문에 벽에 튕겨 나오는 소리가 왜곡을 만들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리를 흡수하고 차단하는 방음판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방음판은 청음자가 최적의 소리를 듣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기어라운지는 아트노비온(Artnovion) 방음판을 매칭했다. 섬세한 디자인으로 룸 인테리어 관련 가구와 방음판 등을 제작하는 브랜드다.
쇼룸 한쪽 벽에는 스피커가 늘어서 있다.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루이스튜디오 등에 설치한 것과 같은 제품이다. HEDD, 암피온 엔조이, 아웃풋 등 다양한 제품을 확인할 수 있다.
기어라운지는 프로 오디오 장비를 유통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하이파이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에 유통하던 프로 오디오 브랜드가 선보인 하이파이 제품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늘리는 중이다.
쇼룸에는 암피온 엔조이 홈오디오 스피커가 전시되어 있다. 앰프, 콘솔과 연결해 직접 감상할 수 있다. 하이파이 분야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청음 환경을 구성했다는 것이 기어라운지 설명이다.
본사 2층에 자리한 청음실에서는 좀 더 다양한 하이파이 브랜드를 접할 수 있다. 암피온 엔조이를 비롯해 키오디오(Kii Audio), HEDD 제품을 원하는 음원으로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챌(Zähl) 앰프와 연결한 HEDD 헤드폰도 써볼 수 있다.
제품 제한적이지만 확실한 장점 갖춰
기어라운지 쇼룸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가의 프로 오디오 장비를 직접 만져보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아날로그, 디지털 제품을 모두 써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물론 기어라운지가 유통하는 제품만 체험할 수 있다. 다양한 제품을 체험하길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 충분히 좋은 퀄리티로 인정받은 제품과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직접 써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새로 프로 오디오 장비를 구비하고자 한다면, 최신 트렌드에 따라 다른 장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면 구매 결정 전 방문해 보길 권한다.
글 / IT동아 한만혁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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