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 "여러분의 '리바운드'가 되길" [인터뷰]

서지현 기자 2023. 4. 1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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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운드 장항준 감독 인터뷰 / 사진=미디어랩시소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때론 관객들이 알아주지 않는, 몰라도 되는 연출 포인트들이 있다. 그럼에도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리바운드'는 실제 모습과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더 철저해졌다. 이에 대해 "그러고 싶었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쏟는 장항준 감독이다.

장항준 감독의 신작 '리바운드'(연출 장항준·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감동 실화다.

'리바운드'와 장항준 감독의 만남은 꽤 오래전 우연한 기회로 성사됐다. 장항준 감독은 "2012년도 당시 중앙고 뉴스를 장원석 대표가 우연히 보고 직접 학교 관계자들과 코치에게 연락해 '언젠가는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허락을 받았다"며 "그때부터 영화가 시작됐다. 권성휘 작가와 장원석 대표를 만나 당장 작품에 들어가진 않아도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그 당시만 해도 농구는 인기 있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게다가 고등학교 무명 선수들에게 투자할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로부터 5년 후 장항준 감독에게 시나리오가 전달됐다. 장 감독은 "장원석 대표가 '감독님이 꼭 했으면 하는 게 있다'고 하더라. 처음엔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봤다. 실제는 시나리오 보다 더 드라마틱하더라"며 "이걸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내 김은희 작가가 '그걸 한다고? 내가 해보면 안 돼?"라고 하더라. 너무 고쳐보고 싶어 하길래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취재를 시작하고, 강양현 코치를 만나서 자료 조사를 하고, 다시 이야기를 재정립해 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리바운드 장항준 감독 인터뷰 / 사진=미디어랩시소 제공


시나리오를 재정비하며 장항준 감독이 주목한 포인트는 '픽션을 지양하자'였다. '리바운드'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에 대해 그는 "그때 목표는 픽션을 최대한 지양하고, 실제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더 드라마틱하고 인상 깊게 만들 수 있지만 더 담백하게 만드려고 했다. 자칫하면 너무 신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수정고가 만족스럽게 나왔다. 마지막으로 각색을 할 땐 감정적인 부분을 최대한 뺐다. 배우들에게도 '아무도 울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관객이 울기 전까지 우리도 울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만족스러운 시나리오가 완성했지만, 문제는 캐스팅과 제작비에 있었다. 장항준 감독은 "5년 전에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직을 수락하고, 스태프들을 수집하고 오디션도 봤다. 농구 오디션만 며칠 동안 체육관에서 한 500명을 봤다"며 "농구협회에서도 도와주셨지만 투자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적게 드는 비용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는 것도 이해가 갔다. 결국 시쳇말로 '엎어졌고', 다시 스태프들을 해산시켰다"고 털어놨다.

그런 이들에게 손을 내민 것은 영화 투자 사업을 막 시작한 넥슨이었다. 그렇게 넥슨은 첫 영화 투자로 장항준의 '리바운드'를 선택했다.

장항준 감독은 "전액을 투자하시겠다고 해서 놀랐다. 대표님을 만났는데 '시나리오가 너무 감동적이고 재밌다. 저는 이 영화로 돈을 벌고 싶은 게 아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한테 필요한 얘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하시더라"며 "처음엔 깜짝 카메라인 줄 알았다. 그런 투자자는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덕분에 다시 스태프들에게 연락했고, 캐스팅 작업을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스태프들이 그즈음 스케줄을 다 비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리바운드 장항준 감독 인터뷰 / 사진=미디어랩시소 제공


시나리오의 완성, 투자자 모집, 그다음은 캐스팅이었다. 장항준 감독은 "강양현 코치는 무조건 안재홍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재홍은 평범함 속에 독특함이 있는 배우"라며 "다른 인물들도 키, 체중 등이 최소한 비슷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재홍은 3일 만에 연락이 왔고, 다시 대대적인 농구 오디션을 봤다. 한 달여에 걸쳐 4~500명을 다시 봤다"고 말했다.

실제 인물들과 싱크로율에 더해 가장 중요하게 여긴 캐스팅 조건은 바로 인지도였다. 실제로 '리바운드'에서 선수 역할로 출연하는 배우 이신영, 김택, 김민 등은 영화 경험이 전무한 신인이다.

장항준 감독은 "연출 지향점은 '선수들이 그렇게 유명해선 안 된다'였다. 몰입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중앙고 선수가 아니라 배우로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리바운드'에서 가장 주축이 되는 선수인 천기범 역의 배우 이신영은 장항준 감독에게 있어 '도전'이었다. 이신영의 비주얼과 연기력 모두 장항준 감독의 마음에 쏙 들었지만, 그가 농구 경험이 전무한 탓이었다.

리바운드 장항준 감독 인터뷰 / 사진=미디어랩시소 제공


이에 대해 장 감독은 "이신영이 가장 기준에 안 맞았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 배우와 일을 하고 싶었다. 리딩도 곧 잘했다. 근데 농구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고민 끝에 다시 불렀다. '당신이랑 하고 싶은데 혹시 농구를 흉내라도 낼 수 있냐'고 했다. 근데 '기회를 주시면 해보겠다'고 하더라"며 "이후 일주일 동안 이신영이 개인 레슨을 받고 개인 연습 영상을 보내줬다. 점점 농구 폼이 살아나더라. 농구가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라 헛된 희망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대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대역을 정하고, 딥페이크까지 준비했다. 근데 막상 촬영할 때 이신영의 대역 배우가 한 장면들은 3~4컷도 안된다. 딥페이크도 1초를 안 썼다"며 "이신영이 노력해 줘서 고마웠다. 보통 안되면 사람이 자포자기하게 되지 않냐. 근데 이신영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이 대부분 20대라서 이번이 굉장히 큰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장항준 감독과 배우들의 노력은 실제 이야기와 '리바운드'간의 놀라운 싱크로율로 드러났다. 장항준 감독은 "모든 것이 실제처럼 보이길 바랐다. 간혹 실화를 바탕으로 한 외화들을 볼 때 우리가 실제 주인공은 몰라도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똑같이 보인다. 이게 배우가 증량하고, 감량하고, 헤어스타일을 바꿔야 하는 이유"라며 "싱크로율을 맞춰야 하는 건 우리가 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했다. 스태프들도 그런 부분을 많이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이에 '리바운드' 팀은 실제 부산 중앙고의 양해를 구해 해당 장소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특히 10여 년의 시간이 흘러 장소의 변화가 생기자 직접 리모델링을 통해 과거의 모습 그대로를 재현해 냈다.

장항준 감독은 "사실 관객들은 알 필요가 없겠지만, 저희가 현관 문짝까지 다 뜯었다. 저희에겐 중요했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며 "소년들이 자란 도시, 소년들이 살아온 환경, 골목, 그런 생활적인 모습들이 연출적으로 중요했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장항준 감독은 "지금 SNS에 '리바운드'에 대한 호평이 많다. 코로나19로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각박해지지 않았냐"며 "관객분들이 선수들을 보면서 응원과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 동시에 용기를 주는 영화이길 바란다. 영화 보신 관객분들도 '리바운드'하시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리바운드 장항준 감독 인터뷰 / 사진=미디어랩시소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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