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속 옹달샘에 36홀 골프장? 팔당 상수원 권역인데…

이승욱 2023. 4.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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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찾은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내방리 산 18-1번지 일대에선 벌채 작업이 한창이었다.

주민 김태수(76)씨는 "자주 다니던 산인데, 골프장을 만든다고 나무를 잘라내기 시작했다. 반딧불이가 살 만큼 환경이 잘 보존된 곳인데 골프장을 만든다니 기가 막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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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업체 \"환경훼손 최소화해 개발할 것\"
경기 남양주시 내방리에 골프장 조성사업을 반대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이승욱 기자

12일 오전 찾은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내방리 산 18-1번지 일대에선 벌채 작업이 한창이었다. 산으로 들어가는 도로와 주변 계곡에는 벌채된 나무줄기가 쌓여 있었다. 골프장 조성을 위해 베어낸 나무들이었다. 주민 김태수(76)씨는 “자주 다니던 산인데, 골프장을 만든다고 나무를 잘라내기 시작했다. 반딧불이가 살 만큼 환경이 잘 보존된 곳인데 골프장을 만든다니 기가 막히다”고 했다.

‘남양주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보면, ㄱ관광개발업체는 축령산·개주산·철마산 등 700~800m급 산들로 둘러싸인 이 지역 산지 204만4575㎡에 36홀 규모의 골프장 및 관광휴양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문제는 골프장 예정부지 대부분이 보전관리·생산관리지역이라는 점이다. 도시계획시설의 설치기준 규칙을 보면 유원지나 체육시설을 지으려면 해당 용지의 50% 이상이 계획관리지역이어야 한다. 하지만 ㄱ업체가 남양주시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체 면적 중 보전관리지역은 150만2300㎡(73.5%), 생산관리지역은 20만5586㎡(10.1%)다. 지금 상태에선 골프장 조성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런 사정 탓에 업체 쪽은 보전관리·생산관리지역 모두를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도시관리계획위원회에서 업체 쪽 요구안을 심의했는데 일단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아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골프장 예정지가 팔당호 상수원의 수질보전 특별대책 2권역이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지난 2월2일 남양주시청에서 열린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서도 한 참석자는 “사업부지가 특별대책지역 2권역에 있기 때문에 법에 따른 입지조건 충족 여부를 검토하고 사업을 할 때 주변 수계 및 지하수질 등에 미치는 영향 예측 및 저감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또다른 참석자도 “축령산·개주산 등과 연결된 생태지역이기 때문에 사업으로 인해 대상지 및 주변 지역으로 연쇄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발업체 쪽은 이에 대해 “1988년 매입한 사업부지가 너무 방치돼 계획적 관리를 위해 2019년 ‘산림경영계획서’ 인가를 받았고, 경기도로부터 타당성 평가를 거쳐 합법적인 벌채가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업대상지는 남양주시의 오염총량관리제가 시행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골프장 건설이 가능한 곳"이라며 “지역 주민 7천여명의 동의를 받아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적법하고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로 구성된 골프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주민 162명의 서명을 담은 의견서를 남양주시에 제출했다.

경기 남양주시 내방리 골프장 계획지에서 나오는 트럭. 트럭에는 벌채된 나무가 한가득 실려 있다. 이승욱 기자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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