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 람보르기니와 국가부도[이슈한잔]
빈부 격차가 전 세계적으로 심화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제 충격을 받는 계층이 광범위하지만, 수억원에 달하는 슈퍼카를 원하는 부유층의 주문은 끊이지 않는다. 국가 단위에선 부국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재정·통화정책으로 극복하려 하지만, 개발도상국과 빈국은 부채 부담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직면해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이탈리아 슈퍼카 제조사 람보르기니의 스테판 윈켈만 최고경영자(CEO)는 방송에 나와 자사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레부엘토(Revuelto)에 대한 주문이 밀려들어 대기자 명단이 생겼고, 2년치 주문량에 달한다고 했다. 레부엘토는 지난달 선보였다. 대당 가격은 60만달러(약 7억9500만원)다. 최근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은행 시스템의 불안정성이 커져 세계 금융시장이 부침을 겪고 있지만 돈 있는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점이 읽히는 지점이다.
“한국서도 람보르기니 수요 폭발”
윈켈만 CEO는 자사 고객의 회복력이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했고, 차량 주문량의 둔화는 없다고 말했다. 윈켈만은 한국에서 수요가 지난해 폭발했다고도 설명했다. 유럽과 호주의 수요도 많다면서다. 페라리의 주가는 올해 27% 상승했다. 페라리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9233대를 팔았다. 전년과 견줘 10% 많은 양이다. 올해엔 지난해 기록을 깰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레부엘토의 생산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한다.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럭셔리 브랜드도 지난해 사상 최대 판매량과 생산 실적을 기록했다. 부유층의 소비력은 다른 소비자경제 부문의 둔화와 관계없이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개도국, 부채로 파산 위기
부자는 ‘돈 잔치’를 하고 있지만, 개도국은 고금리와 지지부진한 글로벌 경제성장 등의 문제가 중첩한 영향으로 부채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취약국은 디폴트 초입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이 미국 워싱턴에서 16일까지 진행하는 춘계회의에선 바로 이 부채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진다. 금리 인상으로 빈국은 부채 상환에 두자릿수 이자를 내야 하고, 이들 국가의 채권 만기일도 임박해 있다. 내년 상환액은 270억달러로 파악된다. 올해 76억달러에서 껑충 뛴다. 국제 개발 금융시스템의 지원이 없다면 디폴트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야 하는 국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튀니지는 단기간 내 실제 파산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봤다. 스리랑카, 잠비아, 가나 등은 이미 해외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부채 조정 관련 협상을 하고 있다. IMF·WB 회의에선 이런 문제를 논의하게 되는데, 해결책 도출을 위한 진척이 더디다는 평가다.
“만기 최대 50년 대출 제공해야”
전문가들은 개발금융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 급한 불을 꺼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 국무부 산하 대외 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의 처장을 역임한 라지브 샤 록펠러 재단 이사장은 최근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시장금리보다 낮은 추가 대출에 취약국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WB 등은 개도국이 이용할 수 있는 자본을 늘리고 만기가 최대 50년까지 연장된 대출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공공재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 위해 공공·민간·자선 부문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시장은 기술혁신을 통해 인류에게 도움이 되지만, 그런 발전은 부유층에게 가장 먼저 전달되고, 취약자들은 가장 늦게 혜택을 받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샤 이사장은 올해 행동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 질서의 핵심에 대한 약속이 영원히 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 재건을 위해 세워진 IMF·WB의 개발금융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 채권국인 중국과 다른 국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주목된다. 홍성원 금융에디터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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