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빗장 열렸다…KB리브엠 이어 NH모바일도 나오나

이기범 기자 신병남 기자 2023. 4. 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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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 알뜰폰 진출 가속화 전망…농협·신한 등 관심 보여
규제 없는 사업 승인에 통신 업계는 출혈 경쟁 우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 매장 모습. 2022.6.2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신병남 기자 = 알뜰폰(MVNO) 빗장이 열리면서 금융권의 통신 사업 진출이 가시화됐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서비스되던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서 농협을 비롯한 주요 은행들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통신 업계는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2일 KB국민은행의 간편·저렴한 금융-통신 융합서비스(통신요금제 판매, 알뜰폰 서비스) 규제 개선 요청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알뜰폰 사업이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돼 앞으로 다른 금융사들도 별도 허가나 신고 없이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신한·우리·하나·농협 등 주요 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한은행은 자사 앱을 통해 알뜰폰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NH농협은행도 관련 제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신한은행은 KT와 4375억원 규모 지분 교환을 하는 등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향후 관련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백브리핑을 진행한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지금 당장 (알뜰폰 사업을) 하겠다는 은행은 없는 걸로 파악된다"면서도 "협업 모델로서 하고자 있는 게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은행이 부수업무를 영위하기 위한 조건으로 건전성 훼손 방지, 소비자 보호, 과당경쟁 방지 및 노사 간 상호 업무협의 등을 위한 조치를 마련·운영하고, 운영 상황을 금융위에 매년 보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알뜰폰 업계에서 요구해온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제공 금지,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 규제 등은 이번 사업 승인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강 과장은 "가격·점유율 규제는 통신 분야를 관장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이슈로 금융위에서 결정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논의 과정에서 알뜰폰 중소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KB국민은행에서 가격 경쟁 측면에서 중소 사업자보다 우위를 점하지 않고, 금융 서비스와의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자율 규제로 가겠다는 얘기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도 "(금융권 알뜰폰 사업의) 점유율 규제 관련해서는 논의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2019년 10월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Liiv M)' 출시 행사. 2019.10.2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현재 이동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는 시장 점유율 규제를 받고 있다.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50%를 넘겨선 안 된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하면 통신 3사 자회사 합산 점유율이 법적 상한을 넘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정부가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점유율 규제 강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통신 업계는 규제 없는 금융권의 알뜰폰 사업 진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통신 업계에서는 금융권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출혈 경쟁에 대한 문제 제기를 지속해서 해왔다.

이날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금융위의 알뜰폰 사업 승인에 유감을 표명하며 △도매대가 이하 판매 금지 관련 법 정비 △과당 경쟁 방지를 위한 민관 시장 모니터링 체계 마련 등을 요구했다.

한국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KMVNO) 관계자는 "KB리브엠이 알뜰폰 시장에 들어오더라도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요구해왔는데 그런 내용이 이번 발표에서 명확하게 보이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사업 승인이 이뤄진 만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금융권이 알뜰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사실상 승인이 돼 다른 금융권도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져 출혈 경쟁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금융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려 알뜰폰 시장의 판을 키우는 메기 역할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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