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로 노이즈마케팅? 연예인의 '부부 갈등 생중계', 득일까 실일까[Oh!쎈 초점]
[OSEN=김나연 기자] 부부나 가족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베일에 싸여있던 연예인들의 가족 이야기가 노출되는 빈도와 범위도 커졌다. 특히 최근에는 방송에 출연해 부부간에 겪는 갈등이나 불화를 고백하며 고민 해결을 위한 상담을 받는 연예인들이 부쩍 늘어났다.
지난 10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는 결혼 3년차 개그맨-모델 부부인 김경진, 전수민이 출연해 부부갈등을 털어놨다. 부부간 대화가 줄어들고 정적이 일상이라는 것. 이날 전수민은 2세 준비에 비협조적인 김경진의 태도에 서운함을 토로했다. 또한 김경진은 전수민 몰래 대출받아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으며,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사기까지 당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이밖에도 김경진은 자신의 가게일을 도와주러온 전수민에게 "너무 느리다"며 잔소리를 쏟아붓는 등 갈등이 이어졌다.
하지만 김경진, 전수민 부부의 출연 소식이 전해졌을때부터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결혼 지옥'은 오은영 박사가 부부 갈등의 고민을 나누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으로, 대개 부부갈등에 고민이 있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관계 회복을 위해 출연해왔다. 특히 김경진, 전수민은 결혼 전 채널A '아이콘택트'에서도, 결혼 직후 채널A '애로부부'에도 출연해 꾸준히 둘 사이의 갈등을 토로해왔다. 이 가운데 결혼 3년만에 또 한번 '결혼 지옥'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고 일각에서는 '가게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이어졌다.
이처럼 연예인 부부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불화를 토로하는 사례는 꾸준히 있어왔다. 조혜련의 남동생인 배우 조지환과 쇼호스트 박혜민 부부 역시 '애로부부'와 '결혼지옥'에 출연해 부부관계부터 생활고, 고부갈등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SNS상에는 누구보다도 다정한 모습을 전시해 '홍보성 출연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방송 후 관심이 쏠리자 SNS를 통해 활발히 홍보 콘텐츠를 올리는 것 역시 의혹에 힘을 실었다.
또 여러 차례 이혼설 등에 휘말렸던 함소원-진화 부부는 얼마전 유튜브 채널에 "이제는 어쩔 수가 없네요. 이혼하겠습니다. 이혼해주세요"라며 돌연 이혼을 언급하는 영상을 올리더니, 화제가 되자 언제 그랬냐는듯 웃으며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혼란을 일으켰다. 라이브 방송 내내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을 손에 들고 홍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정말로 부부 갈등이 있어서, 극복할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방송 출연을 결심한 것일 수도 있다. 김경진 역시 '결혼 지옥' 방송 직후 OSE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진실되게 하고 싶어서 상담도 진심으로 임했다.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서 오버스럽게 한 건 있지만, 이번에는 진짜 저희 부부가 앞으로 잘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녹화했다"며 이번 출연 역시 이전 방송의 연장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불화, 이혼 등과 같은 자극적인 키워드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쉬운 요소다. 실제 이같은 내용이 방송되면 어김없이 관련 기사가 랭킹에 오를 정도로 높은 화제성을 보장하는 '치트키'이기도 하다. 때문에 당사자는 억울한 부분이 있을지 몰라도, 연예인들이 부부 갈등을 꾸며내 노이즈 마케팅에 이용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번 김경진-전수민 부부의 '결혼 지옥' 방송에 관련해서도 "불화 콘셉트로 방송을 하려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 "방송을 이용해 먹는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비단 홍보성 출연 의혹이 아니더라도, 연예인 부부의 침대사정, 고부갈등과 같은 'TMI'를 방송에서 꼭 봐야하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들의 너무 사적인 영역까지 방송에 전시하는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더군다나 꼭 방송 출연을 해야만이, 공개적으로 갈등을 전시해야만이 갈등을 해결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연예인 본인들에게도 '불화가 있는 부부'라는 이미지가 굳혀진다는 점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경진만 해도 한 누리꾼은 "굳이 방송에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안티를 긁어모으는 느낌"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방송이 끝난 후면 어김없이 SNS 등에 시청자들의 질타 댓글이 쏟아지는 것만 봐도 '제 얼굴에 침뱉기'라는 비판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그런 리스크에도 연예인 부부들의 갈등은 방송에서 잊을만 하면 에피소드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어떤 소재로 방송에 출연하든 당사자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면 제3자가 함부로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것이 방송을 위한 설정이었다면, 그저 방송에 얼굴을 비추고 화제성을 끌어모으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는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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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채널A,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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