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일째 야당 대표 안 만난 윤 대통령…‘협치 실종’ 기록 또 경신할 듯

유정인 기자 2023. 4. 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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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1야당’ 일대일 회동 최장기 소요 기록도 경신 예정
취임 당시 협치 약속 폐기의 방증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조현동 신임 주미대사 신임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회동이 이뤄지지 않은 지 12일로 취임 후 338일째를 맞았다. 이틀 뒤인 오는 14일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 중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양자 회동까지 걸린 최장기 시간을 넘어선다. 여야 대표와의 회동, 야당 대표들을 함께 만난 회동 기준으로는 이미 최장기 ‘불통’ 기록을 경신한 상태다. 야당과의 소통이 전무한 상태가 이어지며 불명예 기록만 계속 갈아치우는 모습이다. 당선 당시부터 강조한 협치 약속이 사실상 폐기됐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 취임 338일째인 이날까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양자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분간도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해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이후 노태우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최근 8개 정부 중 가장 늦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취임 당일 상견례성 인사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대통령이 제1 야당 대표와 의제를 가지고 만난 개별 회동 중 가장 늦게 이뤄진 것은 문재인 정부 때다. 문 전 대통령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2018년 4월 13일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일대일로 만났다. 당시 홍 대표는 일대일 회동을 요구하며 수차례 이어진 다자 형식 회동에 불참하다가 2018년 3월 여야 5당 대표 회동때 처음 청와대를 찾고 그해 4월 대통령과 일대일 회동을 했다. 문 전 대통령 취임 339일째로 윤 대통령은 곧 이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단독 회동은 국정운영 파트너로서 상호 존중을 확인하면서 굵직한 난제들을 푸는 역할을 해왔다. 인사 난맥상에 직접 대통령이 사과를 전하며 내각 구성 협조를 요청하거나 안보 상황을 공유하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는 일 등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소야대인 현 국회 구성을 고려하면 제1야당과의 소통과 설득 없이 입법을 통한 국정과제 실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윤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등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데도 이 같은 ‘불통’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불가피하다.

제1야당 대표들이 다자 형식이 아닌 일 대 일 회동을 요청하면서 회담 성사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취임 6개월 정도에는 단독 회동이 이뤄졌다. 정부 출범일 기준으로 노태우 정부는 189일, 김영삼 정부 111일, 김대중 정부 3일, 노무현 정부 21일, 박근혜 정부 47일째에 제1야당 대표와 대통령이 단독 회동을 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여러 정당 지도자들과의 다자 형식의 회동도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의 대야당 소통이 ‘진공’ 사태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당선 직후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 역시 형식과 의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다 대선 19일만에 성사됐다. 이 역시 역대 정부 중 가장 늦은 만남이었다.

역대 가장 늦은 대야당 소통 기록을 갈아치워 나가는 동안 여당과의 만남은 빈번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지난해 6월 이준석 전 대표 등 당시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한 데 이어 국민의힘 연찬회와 전당대회에도 직접 참석했다. 당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이나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간담회 등으로 접촉 범위를 확대했고,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비롯해 관저에서도 따로 지도부와 만찬하는 등 소통의 폭을 넓혔다.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이후에는 지난달 13일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 같은 달 21일 청와대 영빈관 오찬 등이 이뤄졌다.

결국 윤 대통령의 협치 약속이 폐기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5월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선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을 들어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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