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 빌라 관리, 세탁소까지…DX가 '자영업 판' 바꾼다
코로나에 구내식당 등 잇단 폐업
기술·데이터 앞세운 플랫폼이 대체
세탁소·휴대폰 가게 등 인기 생활업종
디지털 접목해 '스마트 점포' 변신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 앞세워
빌라 관리비 등 신규 시장도 개척
#. 코로나 기간 문을 닫은 동네 독서실이 급증했다. 지난 1월 기준 전국 독서실 사업자 수는 8028명으로 1년 만에 13.4% 줄며 100대 생활업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스타트업 아토스터디는 위축된 독서실 시장에 뛰어들어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토즈 스터디 카페와 독서실 브랜드 그린램프를 운영하는 이 회사는 공부한 시간만큼 포인트를 주는 S2E(Study to Earn) 플랫폼 ‘밀리언즈’ 앱을 내놨다. 포인트로 물품을 구매할 수 있고, 일별·월별 누적 공부 시간 최고를 가리는 빌보드 차트도 운영된다.
#. 대형화 추세에 코로나가 겹치면서 기업 대학 병원 등의 구내식당도 매년 줄고 있다. 전국 구내식당 사업자는 1만7939명으로 5년 전보다 29% 감소했다. 이 틈을 파고든 기업용 점심 서비스 플랫폼은 실적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위허들링이 운영하는 점심 구독 서비스 ‘위잇딜라이트’는 3년 만에 누적 식수량 350만 개, 이용자 수 10만 명을 돌파했다. 플레이팅은 기업 대상 케이터링 서비스 ‘셰프의 찾아가는 구내식당’을 운영 중이다. 구내식당을 갖추기 어려운 직원 수 25명에서 500명 사이의 회사 60여 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고금리 여파로 벤처 자금이 마르면서 플랫폼 스타트업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일상 곳곳을 파고드는 신생 플랫폼은 계속 생겨나고 있다. 독서실, 빌라 관리, 휴대폰 개통, 세탁, 세차 등 자영업자가 주도해 온 분야에서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전환(DX)을 이끄는 회사들이다.
기존 자영업을 대체하는 사업 모델은 물론 자영업자에게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며 DX 뿌리를 심고 있는 플랫폼은 틈새시장과 신규 시장을 개척하며 투자 혹한기에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일부 IMM인베스트먼트 공동대표는 “벤처투자 시장이 어렵다고 해서 플랫폼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의 수요를 겨냥하고 팬덤을 확보한 플랫폼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닫는 가게, DX로 돌파구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100대 생활업종 가운데 사업자 수(올해 1월 기준)가 전년 동월 대비 가장 많이 감소한 분야는 독서실(-13.4%), PC방(-9.8%), 구내식당(-6.2%) 순이다. 반면 스마트스토어 등 통신판매업 사업자 수는 20.8% 증가했고 이어 실내스크린골프장(19.8%), 펜션·게스트하우스(17.6%)가 인기 업종에 올랐다.
독서실, 구내식당 등 문 닫는 곳이 많은 생활업종에서 스타트업이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독서실 앱 ‘밀리언즈’와 오피스 점심 배송 서비스 ‘위잇딜라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전국 주유소가 3년 연속 감소한 가운데 DX를 앞세운 세차장도 등장했다. 예약제 셀프세차로 시작한 오토스테이는 구독형 자동 세차를 선보이며 과거 주유소 부대사업이었던 세차 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경기 하남, 고양 등에 직영점과 가맹점 10여 곳을 운영 중이다. SK에너지의 전략적 투자를 계기로 연내 30개까지 점포 수를 늘리는 게 목표다.
○‘기술 날개’ 단 인기 자영업
세탁소, 휴대폰 가게 등 인기 있는 생활업종에선 무인세탁 서비스, 알뜰폰 비교추천 플랫폼이 데이터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며 DX를 선도하고 있다. 세탁 시장은 일찌감치 스타트업이 뛰어든 분야다.
코리아런드리는 전국에 무인세탁소 프랜차이즈 900곳을 운영 중이다. 의식주컴퍼니가 새로 선보인 무인세탁 프랜차이즈 ‘런드리24’는 기존 코인빨래방에 스마트팩토리에서 드라이클리닝 후 배송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접목했다. 무인점포 확산에 힘입어 전국 세탁소 사업자는 5년 사이 2만2392명에서 2만5376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세탁물을 수거한 뒤 배달하는 비대면 세탁 대행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세탁특공대(워시스왓)와 런드리고(의식주컴퍼니)의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각각 6만8173명, 5만2135명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국민은행과 금융 슈퍼 앱 토스까지 가세한 알뜰폰(MVNO) 시장에서 신생 플랫폼 모요(모두의 요금제)는 요금제 비교·맞춤형 추천 서비스로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들어 월간 요금제 개통 수는 전년 대비 800% 이상 증가했다.
모요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개통 업무를 효율화해주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향후 알뜰폰을 넘어 일반 휴대폰 요금제 가입자를 위한 맞춤형 설계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2만 개 휴대폰 유통점에서 이뤄지고 있는 개통 업무도 상당 부분 온라인 플랫폼이 대체할 전망이다.
○빌라·임대관리 시장도 타깃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신생 플랫폼도 계속 나오고 있다. 콜버스랩이 출시한 임대관리 플랫폼 ‘자리톡’은 세입자에게 확정일자 발급부터 월세 고지, 월세 세액공제를 돕는 앱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한국주택정보는 2021년 8월 설립 후 디지털 세상과는 동떨어져 있던 빌라 관리비 시장에 도전했다.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전기·가스·수도 요금 절감 솔루션을 개발한 뒤 ‘관리비책’ 앱 베타버전을 선보였다.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 같은 비(非)의무관리 공동주택은 관리비를 집주인이 일일이 걷으러 돌아다니거나 청소 및 전기안전·소방관리 업체가 위탁관리를 겸하고 있다.
한국주택정보는 이들 위탁 관리업체에 관리비 고지 솔루션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제공하는 게 주요 수익모델이다. 장기적으로는 세입자들이 관리비책 앱에서 관리비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윤곤 한국주택정보 공동대표는 “비의무관리 공동주택 관리비 시장 규모는 16조원으로 추산되지만 카드 결제 전환율이 1%도 안 될 정도로 매우 낮다”며 “관리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빌라 관리비 시장에서 세스코, 세콤처럼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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