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근절 의지 환영하지만 … 과도한 처벌에 소송남발 우려도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3. 4. 1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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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교원단체 의견 보니
제재강화 환영 목소리 속
실효성 여부 놓고 논란

12일 발표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대해 교원단체, 학부모와 학생들은 강력한 제재로 심각한 학폭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체로 환영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와 입시업계 등에선 성급한 '낙인찍기'나 갈등 유발, 소송 증가 등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우선 학폭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 모씨는 "학폭 처리 과정이 공정했으면 좋겠다"며 "가해자든 피해자든 법을 교묘히 이용하는 사람이 없는지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는 학폭 지도에 면책권이 부여된 것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에 요구한 고의 중과실 없는 교원의 학교폭력 지도·처리에 면책권 부여, 교권 보호, 학폭 책임교사 지원 방안이 모두 포함된 데 대해 환영한다"며 "이는 학교와 교원이 회복적 교육지도를 하는 데 필수조건인 만큼 법 제·개정을 포함한 구체적 후속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학폭 조치사항 학생부 보존기간 연장과 대입 반영 확대에 대해서는 "처벌 강화는 곧 학교와 교원 대상 민원, 소송 제기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특히 비슷한 사안을 두고 시도마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처분 수위가 달라지면 갈등은 더 증폭될 수 있다"며 "학폭위 심의·처분의 전문성을 높이고 학교를 보호하는 촘촘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송 남발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지원과 업무 증가에 따른 추가 지원도 요구했다. 교총은 "교원이 학폭 지도·처리 과정에서 고의 중과실이 없다면 소송비를 지원하는 등 법률적 지원을 두텁게 해야 한다"며 "과중한 업무와 책임 부담에 시달리는 학폭 책임교사에 대해 수당 신설·지급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육부 학폭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 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기존 대책이 만들어낸 법과 제도가 학생들의 관계나 정서적 요인을 구조적으로 간과하도록 만들어온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과도한 처벌은 피해 사실의 반성·사과·피해자와의 관계 회복에 대한 노력을 자극하기보다 회피 전략을 부추길 뿐"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부 상위권 학생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은 감점에 따른 입시 유불리가 크지 않을 것이고, 학폭으로 인한 감점을 피하기 위한 학교 이탈 현상 등 우려를 나타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학이 알아서 하라는 취지인데 감점의 폭 등은 대학이 결정하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에 교육부가 가이드라인을 줄 필요가 있다"며 "상위권 아이들에겐 감점 영향이 크겠지만 이들은 일부 소수에 해당하고, 중하위권 아이들에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힘들어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다"며 "가해자가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입 반영 시 피해자는 더 강력한 심의 요구와 강도 높은 처벌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가해자에게는 피해 최소화를 위한 법리적 판단, 이의제기 등의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이에 상응하는 예산과 인력이 따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장학사는 일이 많아 추가적으로 학폭 관련 업무가 힘든 상황이고, 일선 학교 현장에선 학폭 담당 교사는 안 하려고 하는 분위기"라며 "피해학생도 노출될까봐 교내에서 상담받길 꺼리기 때문에 외부 전담기관에 (학폭 업무를) 의뢰하는 등의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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