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위성에 생명체 있을까...목성 탐사선 13일 발사
60억㎞ 날아 8년 후부터 조사
물은 에너지, 영양분과 함께 생명이 출현하는데 필요한 세 가지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포함된 태양계에는 이런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큰 행성과 위성이 23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달과 화성은 물론 지구보다 훨씬 뜨거운 금성에도 20ppm 정도의 수증기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구 밖 태양계 안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는 또 하나의 탐사 프로그램이 곧 장도에 오른다.
유럽우주국(ESA)은 13일 오전 8시15분(현지 시각)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 우주기지에서 아리안스페이스의 아리안5 발사체에 ‘목성 얼음 위성 탐사선(JUICE·주스)’을 실어 쏘아 올린다고 밝혔다.
◇물 간직한 목성의 얼음 위성들 탐사
주스는 앞으로 8년간 타원궤도로 태양 주위를 돌며 중력 도움을 받아 목성까지 약 60억㎞를 날아갈 예정이다. 2031년부터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를 2차례, 칼리스토 21차례, 가니메데 12차례 총 35차례 근접해서 돌며 각종 관측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주스는 그 뒤 목성의 또 다른 미지의 위성인 가니메데로 날아가 남은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주스가 향할 목성의 세 위성은 목성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 92개 가운데 가장 큰 위성으로 분류된다. 주스는 이들 위성에서 생명체의 서식 가능성을 살피는 임무를 띠고 있다. 가장 먼저 도착할 유로파는 오랫동안 생명체가 생존하는데 필요한 적합한 조건을 가졌을 것으로 평가돼 왔다. 유로파는 지름이 3122㎞에 이르는 비교적 큰 위성인데 얼음 표면 아래 액체 상태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보다 큰 칼리스토는 지름이 4820㎞로 달보다 훨씬 크고 유로파처럼 얼음 아래 바다가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니메데는 그동안 두 위성보다 별로 주목받지는 못해왔다. 가니메데는 지름이 5200㎞에 이르는 위성으로 수성이나 왜소행성인 명왕성보다 더 큰 태양계에서는 가장 큰 위성으로 분류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가니메데에는 지구 표면의 모든 물보다 더 많은 물이 지하에 소금물 형태로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가니메데에는 바다가 마치 샌드위치처럼 얼음과 번갈아 가며 여러 겹으로 쌓인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도 크게 보고 있다. 특히 가니메데는 자체 내부 자기장을 생성하는 태양계의 유일한 위성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올리버 위타세 ESA 연구원은 “가니메데가 유로파보다 큰 위성이고 잠재적으로 내부에 많은 물과 자기장이 있다는 점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며 “목성 주변에 거주 가능성이 있는 장소를 물색하는데 가니메데도 주요 후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장으로 바다 구조도 파악
주스 탐사선은 발사될 때는 가로 4.09m, 세로 2.86m, 높이 4.35m로 소형 승합차보다 조금 큰 형태를 띤다. 하지만 목성 궤도에 도착해 양쪽의 두 개의 큰 십자형 태양전지판과 안테나를 펼치면 전용면적 33평(85㎡) 아파트 면적 크기로 커진다. 이는 인류가 다른 행성으로 보낸 탐사선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탐사선에는 목성의 난류와 광대한 자기권을 조사하고 웬만한 행성 크기를 자랑하는 세 위성을 연구할 과학장비 10개가 실려 있다. 목성 자체 자기권과의 상호 작용을 측정하는 길이 10m의 자력계와 길이만 16m에 이르는 레이더 안테나, 전기장과 자기장을 측정하는 안테나 등이 달려 있다. 탐사선에 달린 카메라는 위성 표면의 얼음과 광물을 식별할뿐 아니라 위성의 특징을 포착할 다양한 관측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주스는 생명의 흔적을 찾는 후속 임무에 앞서 이들 위성에서 구체적인 물의 위치와 깊이, 물이 남아 있는 지질 구조 등을 파악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ESA 연구진은 가니메데의 경우 내부적으로 생성된 자기장을 통해 바다의 구조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탐사선은 또 세 위성의 달 지도를 제작하고 얼음 표면의 구성을 관측해 이들 위성의 지질 활동을 알아내는 임무도 수행한다. 탐사선에 실려있는 레이더로 지각 아래에 있는 바다의 깊이와 물이 얼마나 깊은 곳까지 분포하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주스 탐사선이 위성 주위를 도는 동안 목성의 강력한 자기장이 위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 향후 외계 행성 주변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추정하는데 필요한 새로운 지식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스는 2008년 ESA와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 투자한 유로파 목성계 임무(EJSM)의 하나로 개발이 시작됐다. 당시 두 기관은 유럽은 가니메데에, NASA는 유로파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NASA가 자금난으로 이 계획에서 이탈하면서 유럽이 독자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2013년 미 의회가 다시 NASA의 탐사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19세기 미국의 상선에서 이름을 가져온 ‘유로파 클리퍼’로 부활했다. NASA는 내년 10월 유로파 클리퍼 탐사선을 쏘아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탐사선은 약 6년을 날아 주스보다 한 해 빠른 2030년까지는 목성에 도달할 계획이다. 다음 해 주스가 목성에 도달하면 두 탐사선은 공동 관측 임무도 함께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명체 확인까지는 수십년 더 걸릴 듯
과학자들은 태양계 내 일부 위성에서 생명체 유리한 조건들을 잇달아 발견했다. NASA의 과학자들은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를 포함한 일부 위성에서 얼음 표면 균열을 뚫고 수 마일 높이로 분출되는 간헐천을 발견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2014년과 2016년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에서 이런 물 분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이런 현상은 내부에 열을 내는 원천이 있다는 점에서 생명체 발견 가능성을 높이는 증거라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학자들은 주스 탐사선이 임무를 마친 뒤에도 목성에서 생명체가 살아갈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주 전문매체 스페이스는 “주스가 직접 위성의 표면에서 생명체 흔적을 감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만에 하나 미생물이 발견되더라도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인지 확인하려면 수십 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스 탐사선에 참여한 애덤 매스터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연구원은 “목성의 위성 표면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얼음 표면 아래로 내려가는 일은 실현 가능성이 아직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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